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기고] FTA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최용민 무역협회 FTA통상실장

배셰태 2011. 8. 11. 19:30

[기고] FTA는 소비자에게도 이익

서울경제 칼럼 2011.08.11 (목) 

 

흔히 자유무역협정(FTA) 하면 수출을 떠올린다. 특히 수출기업이 모든 혜택을 싹쓸이하는 것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수출기업이 누리는 이익은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직접적이다. 수출상은 해외 바이어가 주문을 늘려야 비로소 FTA의 수혜자 대열에 합류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관세 인하를 이유로 수출가격을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FTA가 수입관세를 낮추는 특효약으로 작용하면서 수입업자에게는 곧바로 이익을 안겨준다. 수입품이 소비재라면 관세 인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을 때 FTA는 서민에게 풍성한 장바구니로 다가가 물가안정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물가안정의 지렛대 역할

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FTA의 물가안정 효과가 확인됐다. 유럽연합(EU)과의 FTA 발효 1개월 경과에 즈음해 대(對)EU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관세 인하를 이유로 소비자 판매가격을 6.4% 내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도매가격을 내리겠다는 업체의 비율은 74%로 더욱 높았다. 이런 가격 인하 분위기는 주류ㆍ식품이 주도했지만 EU가 명품이라고 내세우는 화장품ㆍ의류ㆍ가방 등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FTA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도 덩달아 가격을 인하한 경우도 발생했으며 포도주는 미국산ㆍ칠레산 가격인하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그리고 자동차 수입상들은 지난 7월1일 발효 이전부터 수입제품 할인행사를 실시해 FTA 효과 선점에 돌입했다. 원래 7월1일 이전에 수입된 물건은 관세 인하 혜택이 없어 가격인하 대상이 아니지만 한 명이라도 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FTA 이익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으로 돌려준 것이다.

FTA로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FTA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거의 모두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나 정부에서도 FTA를 통한 소비자 후생증대는 잘 거론하지 않는다.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생산자의 피해를 줄이고 보완하는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FTA로 인한 생산자 영향 못지않게 소비자 후생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인 FTA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더구나 다수이지만 침묵한다고 무시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FTA를 특정 업종이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차원에서 미시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 국민경제 차원에서 조망하는 거시적 안목도 중요하다. 물가안정이 모든 국민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거품 없는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후생의 확대는 한미 FTA 발효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FTA를 통해 관세를 낮추는 조치는 소비재가격 인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수입업체 간 경쟁이라는 부가적 조건이 더해져야 가격인하 여건은 성숙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EU에 이어 미국에서의 수입 문턱이 낮아지면 수입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돼 소비자 이익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미 FTA 비준 서둘러야

실제로 칠레와의 FTA로 포도주 수입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쟁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EU와의 FTA가 본격 가동되면서 가격 인하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칠레산과 유럽산의 경쟁이 시작된 결과다. 향후 미국 업체가 FTA를 등에 업고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그 결과는 소비자의 이익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소비자의 행복, 한미 FTA의 비준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