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스크랩] 신나는 스마트워크로 일의 개념을 바꾸다

배셰태 2011. 8. 11. 19:22
 

 

어느새 ‘스마트’라는 단어는 마케팅 트렌드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종교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전화, TV, 집, 도시… 여하튼 모든 것이 다 스마트해질 테니 각오 단단히 하라고 양 전방위로 압박한다. 언제 어디서나 대기하는 마음가짐으로 스마트한 기계들이 보내오는 신호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2011년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 되었다. 회식 중에도, 데이트 중에도, 가정의 식탁에서도 침대에서도 그리고 이제는 일을 함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그동안의 일에 대한 상식을 부정하는 역발상의 발로


본래 스마트란 영리하다는 뜻이다. 우리를 에워싼 기계들은 그 설계자의 의지를 받들어 날마다 영리해져 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의 속도로 진화할 수는 없었다.


미래 아니 이미 오늘날의 조직은 이 시간차를 이용해 온갖 스마트 군단을 활용함으로써 우리를 착취해 갈 수도 있다. 스마트의 트렌드가 우리에게 주었던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란 바로 이 착취 가능성에서 온다. 그렇다면 유행으로서의 스마트란 디스토피아의 전주곡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스마트’를 선언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스마트라는 접두어를 우리 앞에 붙이는 날이 와야만 했다면, 영리해진 것은 나의 고용주나 나의 기계가 아닌 나의 삶과 일이어야 한다는 믿음, 즉 나의 일을 스마트하게 하겠다는 자기 선언, 이것이 바로 ‘스마트 워크’다.


우리가 조금 먼저 영리해져서 스마트 풍조에 의해 발생 가능한 착취의 구도를 역전시키면 그만이다.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지만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진 이 생산수단이 누구나 가질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된 시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적토마를 얻은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예속을 끊어내고 가보지 못한 길을 내달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스마트 워크’란 바로 가장 개인적이고도 이기적인 전략인 것이다. 영리하고 똑똑하게 일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상식을 의심하고 그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부조리에 도전하는 일이니까.

 

 

스마트 워크는 원격근무가 아니다


스마트 워크는 원격근무로 종종 번역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옳은 번역이 아니다. 원격근무에는 사무실에 들어올 수 없는, 그러나 들어 와야만 했던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먼 곳에서 마치 고향의 방향을 잡아 절을 하듯 해왔던 서글픈 업무의 어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 워크조차 능률만능주의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일하게 만들려는 조직의 획책은 아닐까 백안시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서 수동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인공의 지위를 잃고 급기야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설령 스마트 워크가 원격근무로부터 시작한다 해도,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시해 온 바로 그 근태란 공장 컨베이어 벨트 형태의 업무 관례를 거부하고 가치를 찾아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용기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이 수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는 21세기, 20세기적 노동의 타성을 조직도 개인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근태를 통한 간접적 감시 관리로 직원의 근무에 대한 형식과 양은 통제할 수 있지만, 그 내용과 질은 통제할 수 없다. 관심과 열정이란 타임카드와 함께 기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미 파악한 선진 기업들은 어떻게 직원들의 기를 살려 관심과 열정을 끌어낼지 심사숙고 중이다. 밖에서 보면 일견 방치와 같은 방만한 분위기도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일지 모르는 일이다. 사원을 신뢰하고 자유를 주되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이들 선진 글로벌 기업의 문화란 어쩌면 가장 스마트한 계산의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갈 길은 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0년 11월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76.1%가 유연 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 반면 인사 담당자는 35.2%만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고용과 피고용 사이의 온도 차가 심한 것이다.


그렇지만, 영국 2010년 1월 크랜필드 경영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주 1회 원격지나 집에서 일한 노동자의 근로 만족도 및 회사 충성도는 높고 스트레스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러한 유연 근무의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 더 장시간 근무하고 생산성도 높았던 것이다. 즉 스마트 워크로 더 열심히 일하지만, 더 행복해졌단 것인데 그 이유는 인간 심리 내면에 녹아 있던 호혜성이 발동했기 때문이라고 이 연구는 설명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준비로 능력을 보여주리라

스마트 워크의 풍조는 아마 조직에도 여러 형태의 압력을 가할 것임이 분명하다. 100년 이상을 이어 온 20세기적 근무풍토는 급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스마트해지는 주체는 바로 개인,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과 같은 정보 통신 시대의 총아를 길들여 내 일의 주인이 되려는 패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반을 토대로 기업과 사회와 동등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성장해 가는 것. 그렇게 터프한 직장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용기가 바로 정말 영리한 일, 바로 스마트 워크인 것이다.


물론 팔자 좋은 일부만의 이야기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래 왔듯이 변화란 불가역적이다. 단 이번 변화의 다행스러운 점은 누구에게나 주인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도 소셜도 모바일도 모든 스마트한 변화는 개인의 선택에 의하는 것인 만큼 개인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마트 워크란 내가 나의 시간, 나의 관심을 되찾아 오는 대신 나의 역량을 정확하게 제공하겠다는 어른스러운 사회 계약인 셈이다.

어느덧 우리는 디지털의 광활한 광야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홀로 서게 된 유목민의 신세가 되었다. 우리를 보호하던 움막은 걷혔지만, 우리에게는 전례 없이 강력해진 말과 무기가 쥐어진 것이다. 내일 어떠한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 달려 나갈 용기, 스마트 워크란 결국 이 패기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꾸던 꿈마저 잃어버린 쓸쓸한 워커홀릭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화면들을 공허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것을 누가 과연 ‘스마트’라 말할 수 있겠는가? 광야에 그리고 정글에 홀로 선 야수의 심정으로 우리의 삶과 일을 스마트하게 쟁취할 과제가 우리에게는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스마트가 노마드라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다.

 

 

글_김국현 <스마트 워크> 저자

 

 

 

 
 
출처 : 두루누리의 행복한 상상
글쓴이 : 방송통신위원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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