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심층분석] 윤영호 침묵의 노림수…법적 실익·통일교 리스크·정치 변수 등 ‘3중 계산’

배셰태 2025. 12. 11. 20:29

[심층분석] 윤영호 침묵의 노림수… 법적 실익·통일교 리스크·정치 변수 등 ‘3중 계산’
펜앤마이크 20225.12.11 양준서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021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추가 폭로를 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윤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내 금품 전달 인사들 실명 공개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결심공판에서 윤 전 본부장이 어떤 폭로를 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사진=연합뉴스]

●메가톤급 폭로 예상됐던 윤영호, ‘실명 폭로’ 대신에 ‘선처 호소’

윤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접촉했다. 당시에는 장관급들도 있고 현역 의원들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인연이 많고 비서실장도 본 적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보다도 민주당에 방점을 둔 윤 전 본부장의 발언은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은 실명을 거론하는 대신, 선처를 호소를 했다. 10일 진행된 결심공판 최후의견 진술에서 그는 통일교 차원의 ‘꼬리자르기’로 진행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모두 제 업보이며 제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수사에서 일관된 입장으로 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단의 명령을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적법하지 못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고,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도 한 차례 관용을 베풀어달라.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처를 호소하면서, 예고했던 정치인 리스트 추가 폭로는 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윤 전 본부장이 추가 폭로를 하지 않고, 입을 다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적 실익= ‘추가 폭로’보다 ‘숨겨둔 카드’가 집행유예 받는 데 유리?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해 행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순봉 경향신문 기자는 이에 대해 세 가지 분석을 했다.

첫째, 윤 전 본부장으로서는 실익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진술서에서 얘기했다는 정치인 명단이 언론에서 하나하나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이언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통일교 차원에서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는 이상, 본인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추가 폭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현재는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만 기소가 된 상황인데, 추가 폭로를 할 경우 공여자인 자신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셋째,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가능성도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이 징역 4년을 구형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검사가 징역 4년을 구형할 경우, 판사가 2분의 1 감경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이런 식으로도 선고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특검의 구형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 전 본부장 입장에서는 벼랑 끝 전술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통일교 리스크= 이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 반발하는 통일교에 거대한 압박으로 작용

이같은 법조계의 분석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통일교 관련 의혹과 관련해 종교계 엄정 수사를 두 차례 지시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재단의 조직적 정치 개입 사례"를 지적하며 해산 명령 가능성 검토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 불법 연루 의혹에 여야·지위고하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라"고 명확히 지시하면서, 경찰 전담팀 구성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10일 채널A에 출연해 “지난 대선 직전에 통일교 쪽에서 이재명 캠프와 접촉을 시도했고 이재명 대표와 직접 만나는 것을 시도했다는 어제 단독보도를 제가 봤다”며 “오히려 통일교를 공격을 해서 본인들과의 관련성 부분에서 저 사람들의 말에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대통령실이 나선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윤 전 본부장의 입막음을 하기 위해서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신 수석최고는 “대통령이 ‘너희들 해산할 수도 있어’라며 재판에 관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수시로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수사 과정에 개입하고 재판에 개입하고 이것들을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실까.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변수= 이재명 최측근 정진상 ‘접근 녹취록’도 언급돼...“윤영호, 딜 시도” 관측

실제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제20대 대선 전인 2022년 2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고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전 본부장은 "2017년~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통일교 간부 이모 씨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에 접근하려 했다는 녹취록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런 사실을 모두 지난 8월 특검팀과 면담하며 털어놓았고, 수사 보고서에도 적혔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특검 측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녹음 파일이나 이런 게 또 추가로 계속 나올 수가 있다”며 “그거 공개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위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본부장이 최후진술에서 추가폭로를 자제했다는 사실을 두고 최 평론가는 “위협이 먹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통일교 측에서 ‘꼬리자르기’를 당한 윤 전 본부장의 상황에 대해 최 평론가는 “‘통일교 해산’보다는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추가 폭로를 자제했다”며 “추정컨대 아마 무언가 정권과 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이 10일 최후진술에서 추가 폭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씨가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 그가 지난 8월 민중기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은 이미 조서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 정권 차원의 협박에 의해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이 문제는 관련 보도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재수, 부인했지만... 윤영호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4000만원과 고가의 시계를 받았다고 알려진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1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사의’를 표했다. 전 장관은 “완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도 “정부와 해양수산부가 누가 되지 않도록” 사의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장관과 관련한 윤 전 본부장의 증언은 너무나도 구체적이다. 그는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 면담에서 2018~2019년경 한학자 총재와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현금과 고가의 시계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재수 의원이 "이런 거 받아도 되나" 거절하자 "복돈이니 받아도 된다"고 설득해 수수했다고 진술했다. 통일교 현안인 한일 해저터널 등 청탁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전 장관에게는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뇌물죄로 적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직무 관련 청탁 대가로 보이기 때문이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기본적으로 7년이지만, 뇌물액이 3천만 원을 초과하면 특가법 가중처벌로 10년으로 연장된다. 2018~2019년 사건이라면 2028~2029년까지 수사 가능하다. 형량은 기본 5년 이하 징역이지만, 가중 시 최소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실형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의 증언 입증 여부가 관건이다.

●집행유예 받으려는 윤영호와 사태 확산 막으려는 여권의 이해관계 수렴?

이처럼 윤 전 본부장이 지난 8월 특검팀에 진술한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강조한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걸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윤 전 본부장 본인이다. 이와 관련해 최병묵 평론가는 “만약 윤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위협에 따라서 진술을 바꾼 거라고 우리가 이해를 해야 될 것”이라며 “법률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윤 전 본부장과 대통령실 간에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추가 폭로에 나서는 대신 집행유예 등 ‘개인적인 실익’을 챙기려는 윤 전 본부장과 사태확산을 저지하려는 여권과의 이해관계가 수렴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