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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누가 도발적인 세상을 만들 것인가

배셰태 2011. 8. 5. 20:11
 

 

“당신은 이미 이 제품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

 

미국 애플사가 ‘아이폰4’ 제품 출시에 맞춰 내놓은 광고 문구다. 참 도발적이다. 신제품을 내놓고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었으면 이만한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유저들은 이 문구가 과시가 아니란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한 개의 똑똑한 기기가 세상의 혼(魂)을 빼놓더니 순식간에 개인 삶의 틀과 의식마저 바꿔 버렸다.

 

진화하는 세상은 이같이 다이나믹하다. 하지만 이도 뚝딱 하면 만들어지는 요술방망이는 아닌 모양이다. 터치만 하면 이용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여기저기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접근 방식을 들춰보려는 눈치족들이 엿보인다. 그러나 십수년 전 인터넷 이용이 드물었던 시절을 반추하면 세대 구분없이 어렵지 않게 인터넷 세상을 접한다는 것은 격세지감이다. 곧 ‘사물도 지능을 가지는 통신시대를 연다’는 프로젝트도 시작된다니 미래 세상이 궁금해진다.

 

 

                                                 IT월드쇼 포스터

 


인터넷의 변신 - “이제 2라운드다”


 

한 공직자의 ‘아이폰 사랑’ 스케치다. 그는 50대 초반이다. 음식을 먹다가도, 이야기를 듣는 중에도 아이폰은 그의 친구였다. 그는 아이폰을 남들보다 일찍 손에 넣었다. 손가락은 쉼없이 움직이지만 좌중 동료들은 ‘첨단에 홀린’ 그를 말릴 ‘지적 용기’는 없다. 그의 집념에 감탄하고, 집요함에 놀랄뿐이다.


 

그런가 싶더니 이번엔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다. 그의 행동은 이전과 마찬가지다. 벌써 이들 장면을 본 지 수개월이 지났다. 그가 어느 날 “10년이 가도 기기에 담긴 콘텐츠를 다 활용 못한다”는 돌발적인 선언을 했다.


 

이 기기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제대로 보겠다는 기대는 포기하란 뜻이다. 그런데 그는 왜 심취했던 걸까.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을 파헤치고 싶었을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이처럼 스마트한 기기는 마력을 지녔다.


 

나아가 우리는 더 이상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가 아닌 때에 살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의 지식 깊이 조차 파괴시키면서 무용화 하고 있다. 지금은 지식의 깊이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창조적으로 결론을 내느냐가 요긴한 시대가 돼 있다.


 

이는 도처에서 경험 중이다. 종이 위에 쓰고 외웠던 한자들을 인터넷이 생활을 지배한 뒤부터 많이 잊었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하면 지식의 모든 것이 해결된다. 서적에서 얻은 ‘지식’보다 이를 활용할 방법을 조합하고 재탄생 시키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가 돼 버렸다.


 

인터넷은 보다 진화한 모바일로 그 세력을 확산시키고 있다. 인터넷 생태계에는 이동성을 가미한 ‘스마트 워크 시
대’가 성큼 다가섰다. ‘손안의 결재 기기’이자 오락기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이를 앞에서 이끌고 있다.


 

시작된 플랫폼 전쟁 - “답을 찾아라”


 

이 와중에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인터넷시장 장악에 나섰다. 구글은 강력한 검색에 만족하지 않고, 페이스 북은 친구 네트워크만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트위터는 ‘140자 세상에서만 즐겨라’고만 하겠는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인터넷 플랫폼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언론 매체들은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이들의 영역다툼의 생태계도 볼만해 졌다.

국내 시장은 사정권에 들어섰다. 고질적인 ‘폐쇄성’만을 고집하다간 큰 낭패를 당할 일이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특히 네이버는 경쟁 서비스를 죽이거나 폐쇄적인 독점화로 인해 결국엔 성장 정체에 직면할 것이란 어두운 지적도 있다.


 

국내 모바일 검색시장에서의 구글의 점유율이 벌써 20%대를 넘었다고 한다. 네이버는 60%대로 뚝 떨어졌다. 아이폰이 스마트 워크를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검색시장의 여건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 중이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들의 큰 변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금의 포털시장은 국내 포털의 탄생 역할을 했던 야후가 토종 포털에 힘을 못쓰고 패했던 당시와 다르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 북의 강력한 변신 움직임이 포착된 상태다.


 

폐쇄적인 국내 포털업계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자사 시스템 안에 들어오면 반푼어치 물건 값 정도로 치부하는 듯하다. 검색 광고만 잘 되면 그만이다. 여기서도 모자라 복사 방지기능으로 누출을 막아놓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는 수익성이 악화돼 시장 생태계는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다.


 

필자의 경험담은 이같은 제국주의적 행태를 잘 보여준다. 10년전 ‘매직 메일’이란 메일 소프트 웨어를 개발한 동년배 중소기업 IT벤처인을 만났다. 이 메일은 당시로 보면 사업성이 꽤 있는 제품이었고 여러 곳에서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메일을 받는 이가 숨기고 싶으면 보이지 않게 조작이 가능한 ‘변신의 메일’이었다. 3년여에 걸쳐 개발했다. 그러나 시장의 적은 인터넷 포털이었다. 포털에 서비스 하는 빌미로 싼 값에, 공짜에 제품을 집어 먹으려고 했단다.


 

그를 만났던 당시 한국 IT벤처계에서는 아이디어가 분출될 때였다. 하지만 많은 이는 “이젠 글렀다”고 한다. 그때는 개방과 자유에다,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회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 업종 곳곳에 거대 기업군이 폐쇄적이고 독식적인 먹이사슬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향후 플랫폼 전장에서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지적인 자도, 가장 적응이 빠른 자에겐 못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계 인터넷 시장을 지배 중인 서비스의 상당 수는 무료 전화인 다이얼 패드, 소셜 네트워크 성공 신화인 아이러브 스쿨 등 우리가 먼저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지하 단칸방 집념’의 젊은 IT벤처인들이 그립지 않은가.

 

 

글/정기홍 서울신문 편집국 온라인에디터

 

 


 

 

 

 


 

 

 

출처 : 두루누리의 행복한 상상
글쓴이 : 방송통신위원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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