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경제 2011.06.19 (일)
동트기 시작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올 하반기부터 국내 통신시장에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잠깐용어 참조)들이 오는 7월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통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기존 통신요금보다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MVNO들의 시장 진입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오랫동안 국내 통신시장이 독과점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여서 정부의 가격인가를 받고 있고, 2002년부터 현재 통신 3사 이외에 새로운 업체가 진입하지 않은 ‘과점’시장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비싼 통신요금에 불만을 제기하고, 정부가 나서서 통신요금 인하안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통신요금을 강제로 내리는 정책으로는 업체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이에 방통위 역시 지속적인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 해결책으로 MVNO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MVNO를 담당하는 ‘통신경쟁정책과’의 최영진 과장은 “통신시장에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보다 주력하고 있다”며 “MVNO 활성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MVNO는 기존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서 휴대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즉 통신사로부터 기존 요금의 53~69% 수준 도매가격으로 통신망을 빌려서 독립적인 요금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아이즈비전 등이 오는 7월 MVNO로서 첫 서비스를 앞두고 있고 온세텔레콤, 인스프리트 등이 연내에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http://file.mk.co.kr/meet/neds/2011/06/image_readtop_2011_387303_1308447113439914.jpg)
▶ MVNO가 하는 일
- 요금제 설계 : 독자적인 과금 시스템 보유
- 브랜드 마케팅 : 마케팅을 통해 자사 브랜드 인지도 제고
- 부가서비스 운영 : 콘텐츠, 금융 등 특화된 서비스 가능
- 고객 관리 : AS, 자체 콜센터 보유
통신시장에 경쟁 환경 구축 위해 MVNO 도입
국내에서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는 MVNO가 처음이 아니다. 1999년 WTO 기본통신협상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재판매시장이 개방됐고, 2000년대 초반부터 무선재판매사업자(잠깐용어 참조)들이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KT 등과 도매계약을 맺고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반면 SK텔레콤은 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2007년부터 SK텔레콤을 통신망 도매판매 ‘의무제공업체’로 선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준비했고, 지난해 이 법을 시행하고 통신망 도매판매액의 기준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국내 이동통신망재판매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통신판매를 대행하는 단순재판매사업이 통신설비를 갖추고, 독립적인 요금상품을 운영하는 MVNO로 진화한 것이다.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요금회계연구그룹장은 “기존 재판매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통신요금을 자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MVNO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MVNO를 하기 위한 설비투자로 700억~1000억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MVNO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6월 말 방통위에서 발표할 ‘다량구매할인제’다. 이 제도는 일정 수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한 MVNO에 정해진 기존 통신망 대여비용보다 추가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것이다. 이광용 방통위 사무관은 “어느 정도의 가입자 수를 ‘다량’으로 보고, 추가 할인폭이 얼마나 될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요금 얼마나 저렴할까
MVNO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은 바로 통신요금이다. MVNO업체들도 “통신서비스를 기존 통신사와 비슷한 품질로 제공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야 MVNO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요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통신사가 MVNO에 빌려주는 망의 대여금액(도매대가)이다. 방통위는 의무제공업체인 SK텔레콤에 망 대여금액을 소매대가의 31~47%로 산정했다. 소매대가는 기본료와 음성·문자·데이터 요금을 합산한 금액의 평균으로 산정된다. 방통위는 음성통화의 소매대가를 분당 119.4분으로 계산했고, 이를 통해 파악한 도매대가는 분당 63.2~82.4원이다. 문자와 데이터도 같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31~47%에서 각 MVNO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보유한 설비에 따라 다르다. 만약 MVNO가 통신망 이외에 모든 운영설비를 갖추면 최고 할인율인 47%를 적용받는다. 6월 말 발표될 다량구매할인제 역시 MVNO 통신요금에 새로운 변수다. 업계에서는 최고 16%의 추가 할인율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10% 내외에서 추가 할인율이 결정되면 어느 정도의 설비를 갖춘 MVNO들은 평균 5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즉 소비자 가격의 절반으로 통신망을 임대하는 셈이다.
누가 경쟁에 뛰어드나
현재 MVNO에 뛰어든 업체는 KCT와 온세텔레콤과 같은 인터넷전화, 국제전화 업체와 몬티스타텔레콤, 에넥스텔레콤 등의 무선재판매사업자, KDC, 인스프리트 등의 통신장비업체 등이다. 기존 통신사의 자회사인 SK텔링크, 케이티스도 MVNO로 등록했다. 방통위에 MVNO로 등록한 업체는 총 14개다.
이 중에서 연내에 서비스 시작을 확정한 업체는 KCT, 아이즈비전, 온세텔레콤, 인스프리트 등이다. KCT와 아이즈비전은 SK텔레콤과 계약을 맺었고, 온세텔레콤과 인스프리트는 KT의 망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몬티스타텔레콤, S로밍, 한국정보통신 등도 SK텔레콤과 망 도매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과 유통업체 중에서도 MVNO 진출을 타진하는 업체가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삼성SDS다. 삼성SDS는 아직 MVNO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MVNO 예비사업자 모임에 매번 참석하며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 까르푸, 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성공적으로 MVNO시장에 안착한 것을 계기로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도 예상된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형마트가 휴대폰 대리점으로 직영으로 전환한 것은 MVNO 진입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MVNO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인스프리트의 배민정 차장은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 보험사 등이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며 MVNO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SK텔링크, 케이티스 등 국내 통신사들의 자회사가 직접 MVNO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서는 업계의 우려가 팽배하다. 한 업체 담당자는 “통신사업자가 직접 MVNO를 하면 다른 업체에 차별 대우를 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이 돈 되는 사업은 가리지 않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영진 방통위 과장은 “법적으로 통신 3사의 MVNO 진입을 막을 수 없다”며 “사후 감시와 규제를 통해 자회사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단말기와 부가서비스 사용할 수 있을까
MVNO업체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단말기 공급이다. 국내 휴대폰단말기시장에서 통신사가 수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MVNO에 단말기 공급을 꺼리는 이유는 기존 통신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MVNO를 준비하는 업체들 가운데 단말기 수급에 자신을 보이는 업체는 인스프리트뿐이다. 인스프리트 측은 “장비나 부품 등을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기 때문에 단말기 공급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높은 휴대폰 출고가도 단말기 수급을 막는다. 한 업체 담당자는 “국외에 40만~50만원에 파는 스마트폰 단말기의 국내 출고가가 90만원에 달한다. 통신사가 각종 보조금을 통해 높은 출고가를 매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광용 방통위 사무관은 “휴대폰 출고가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블랙리스트 제도의 도입 등으로 단말기시장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당분간은 MVNO업체들이 단말기 수급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아이즈비전, 온세텔레콤 등은 국외의 저가휴대폰제조업체와 접촉하고 있으며 내년 중에 자체 단말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로밍, 발신번호표시, 멀티미디어메세지(MMS) 등 부가서비스의 사용 여부도 소비자가 MVNO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아직 국외로밍, 컬러링, 벨소리 등의 부가서비스는 MVNO가 제공할 수 없다. 통신사 측은 “이 서비스들은 국외 통신사, 국내 음원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잠깐용어 MVNO와 무선재판매사업자 차이점
무선재판매사업자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는 기존 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 둘의 차이점은 독립적인 요금체계를 구성할 수 있는 설비의 보유 여부다. 무선재판매사업자는 통신사들의 서비스를 판매대행하고, MVNO는 통신망의 운영설비와 과금체계를 갖춰, 각종 부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자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11호(1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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