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이재명은 받은 게 없다?”…제3자 뇌물, 국정농단 사건 통해 다시 보니■■

배세태 2022. 9. 13. 20:54

“이재명은 받은 게 없다?”…제3자 뇌물, 국정농단 사건 통해 다시 보니
조선일보 2022.09.13 이가영 기자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9/13/FQTCJD4AVVEXJBMAUU4WYQFPAI/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두산건설의 용도변경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성남FC에 광고비를 내도록 한 혐의로 13일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대표와 공무원 1명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의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남FC가 성남시 소유인데 어떻게 제3자 뇌물공여죄가 되나” “이 대표한테 돈이 흘러간 거 증명을 못 하는데 무슨 근거로 검찰에 넘기나” 등의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는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는 공무원이 직접 이득을 얻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완공된 분당두산타워. /두산

◇”제3자, 공무원과 별개 이해관계 갖는 법인 또는 개인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준 혐의를 받는다. 두산은 지난해 해당 부지에 분당두산타워를 완공했다. 매입가 70억원 대였던 이 부지의 부동산 가치는 현재 1조원에 육박한다는 말도 나온다.

형법 제130조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전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공무원과 별개의 이해관계를 갖는 존재를 제3자라고 하고, 제3자는 법인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와 성남FC의 관계가 아닌, 이 의원과 별개 이해관계를 갖는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성남FC는 ‘제3자’라는 것이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K스포츠재단’이 제3자가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 주도로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고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법원은 신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2015년 3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성남FC와 감바 오사카(일본)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당시 이재명 구단주. /뉴시스

◇”제3자 뇌물, 이 대표가 이익을 얻었느냐는 중요치 않아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소셜미디어에 “성남시 소유인 성남FC가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시민의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누군가에게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성남시민이 이익을 얻었다거나 공무원(이 대표)이 직접적으로 받은 이익이 없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건설이 용도변경 덕분에 이익을 봤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장애인 단체를 도와주고 싶어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용도변경 해주는 대신 장애인 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하자. 해당 공무원은 얻은 것 없이 살림이 어려운 장애인 단체를 도와준 것이라고 해도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된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공무원은 직무집행을 공정하게 해야 하고, 돈에 의해 매수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슷한 판례가 나왔다. 삼성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의 딸에게 34억원 상당의 말 3필을 지원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없는 ‘승마 지원’ 역시 뇌물로 보고, 유죄 판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 /조선DB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 인정돼야

다만,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았다면 대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하지만 제3자에게 뇌물을 줬을 때에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좀 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로 유무죄가 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 승계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묵시적이긴 하나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했다”며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