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백운규 구속 기각 사유 보니... “이미 상당한 객관적 증거 확보”

배세태 2022. 6. 16. 15:36

백운규 구속 기각 사유 보니... “이미 상당한 객관적 증거 확보”
조선일보 2022.06.16 15:18 표태준 기자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2/06/16/C7GBDIUQW5HMDPNZ4Z2RC3JJNI/

“직원들과 사이 돈독한 관계 아니라 회유 가능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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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이 15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전날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그 사유로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됐다” “재직 당시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등을 꼽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760자 분량의 영장 기각 사유서를 적었다. 법원은 기각 사유서에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대전지법에 출석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피의자의 지위나 태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 전 장관은 작년 6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법원은 “피의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3년9개월가량이 지났고 재직 당시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며 “주요 관련자들 대체로 피의자와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백 전 장관의 지시로 박모 산업부 국장이 2017년 9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발전 4사(남동·남부·서부·중부) 사장들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강요하는 등 산업부 13개 산하기관 기관장들에게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찰은 최근 박 국장 등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았던 산업부 직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는데,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백 전 장관이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가 아니다’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또 기각 사유로 “몇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있으므로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2019년 1월 고발장이 접수되고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생각이었다면 이미 인멸했을 것이고 특별히 추가적으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볼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 피의자를 1회 소환해 신문하고 4일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피의자에 대한 추가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본건 혐의로 구속되면 추가수사를 받으며 대전지법 형사재판에도 출석해야 하므로 피의자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기각 사유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혐의와 증거 관계가 인정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영장은 기각됐지만 수사는 더 탄력이 붙어 ‘윗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019년 1월 고발된 이 사건을 지난 3년간 제대로 수사 안 했다고 사실상 전 정권의 ‘친문(親文) 검찰’을 질타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