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 전문가들, 김정은 ‘핵무력’ 언급 “선제공격 등 핵 사용 문턱 낮춰”■■

배세태 2022. 4. 27. 20:17

전문가들, 김정은 ‘핵무력’ 언급 “선제공격 등 핵 사용 문턱 낮춰”
VOA 뉴스 2022.04.27 박형주 기자
https://www.voakorea.com/a/65464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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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서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BL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신형 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은 북한이 ‘무력시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력 언급에도 주목했는데요, 선제공격 등 핵사용 문턱을 낮췄다는 지적과 함께 대내외 정치적 성격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전날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 중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주목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신형 ICBM 화성-17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은 이미 실험했거나 선보인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SLBM처럼 보이도록 칠해진 또다른 새로운 유형의 고체 추진 미사일은 처음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 미사일이 북한의 기존 SLBM인 북극성-4, 5형에 이은 ‘북극성-6형’일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신년사에서 ‘ICBM급 사거리의 고체 연료 SLBM’을 언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공개한 ‘신형 SLBM’이 김 위원장이 언급한 종류인지, 또 무기의 실제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공언한 방향으로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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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이는 무기를 공개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런 미사일들을 선보일 때마다 협상을 위한 지렛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지만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유지하며 ‘이런 역량에 대해선 거래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국을 겨냥한 전술유도미사일부터 미국 본토 타격용 ICBM까지 종류별 ‘핵 투발 수단’을 선보였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신형 ICBM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지난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 차량 대열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미사일 중 일부는 ‘모형’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가짜 미사일’을 선보인 전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열병식에서 최소 4기의 화성-17형이 등장했지만 ‘실제 미사일’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최근에는 화성-15형 발사를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열병식에도 ‘가짜 미사일’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총 4기의 신형 ICBM을 선보인 뒤 올해 들어서만 최소 3차례 성능시험 발사가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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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의 형태를 가진 무기를 공개했다.

처음 공개된 4기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화성-17형은 1발만 남은 셈이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최소 3기의 화성 17-형이 등장해 추가된 미사일은 실제가 아닌 ‘모형 미사일’일 가능성을 베넷 연구원은 제기한 것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우리들이 보길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실제인지는 큰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신형 ICBM 양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화성-17형을 포함해 대형 미사일 기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미사일을 위한 대형 발사대를 생산하는 능력이 그동안 ‘걸림돌’이었지만 이 또한 극복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런 미사일이 등장한 것은 추가 시험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새로운 SLBM이 등장했다면서, 새로운 시험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한이 선보인 가장 큰 고체 연료 미사일로 보인다며, 이는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려는 김정은의 지속적인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에도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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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연설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김 위원장이 ‘무기는 억지용으로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는 선대의 핵 노선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핵무기는 억제 목적만이 아니며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우리는 실행 가능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으며, 더 많은 핵무기와 함께 더욱 정교한 운반수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는 점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 밝혔습니다. 특히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국가의 근본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 든 김씨 정권과 북한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북한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고 지적하며, 특히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적들이 침략은 아니더라도 북한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 나선다고 인식할 경우 선제공격 수단을 잠재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가 근본이익’에 대해선 “북한 정권이나 김씨 일가의 생존 능력을 침해하거나 저해하는 모든 것, 특히 군사적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참수작전, 선제타격'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처음으로 군 열병식 행사에 등장한 점을 거론하며 북한은 항상 '유화적 효과'를 원할 때 항상 리설주를 등장시킨다며 “우리는 관여와 대화에도 열려 있다”는 뜻도 발신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메시지를 ‘압박용’과 ‘내부용’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육군대학의 라미 김 국가안보전략과 조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핵 관련 발언이 핵무기를 ‘압박용’으로 사용하며 미국과 한국에 대해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우리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은 제재 완화 등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2017년부터 좋지 않은 북한 경제가 최근에는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김 위원장의 ‘위상 약화’를 의미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지도자로서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국내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도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북한의 '핵 노선' 등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에 '우리를 거슬리게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여기에 돈을 쓰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을 모방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 것처럼 김정은도 핵무기의 역할을 억지용 이상으로 확대하는 무책임하고 무지한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은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근본 이익’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푸틴의 핵위협 발언처럼 김정은의 발언에도 지나친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