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조선일보/사설] 새 정부, ‘검수완박’ 기다렸다는 듯 수용한 이유 설명해야

배세태 2022. 4. 26. 14:06

[사설] 새 정부, ‘검수완박’ 기다렸다는 듯 수용한 이유 설명해야
조선일보 2022.04.26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4/26/46MTBEJAH5CR5PFCFDLW7IHJ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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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2022.04.25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민주당과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꿔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당 회의에서 “공직자 및 선거 범죄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를 통해 현재 검찰이 수사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가운데 공직자, 선거 등 4개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산 속에 야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누가 틀린 말 이라고 하겠나.

이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국민의힘 태도다. 민주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편법까지 동원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니 중재안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다 돌연 사실상 검수완박에 동의하니 국민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당장 4개월 뒤부터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원전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문 정권 관련 사건은 물론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공직자·선거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손을 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석 부족 때문에 중재안 수용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끝내 버텼다면 중재안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위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물러설 수 없는 근본 원칙이 있는 법이다. 권 원내대표는 그 기본 중의 기본을 포기했다. 세상에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이란 것이 있을 수 있나.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나오자마자 민주당보다 먼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이상한 행태에 대해 책임 있는 누구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제 와서 헌법 가치 수호를 말하며 재논의 쪽에 힘을 싣는 것도 국민을 의아하게 한다. 권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다. 며칠간 진행된 여야 간 협상이 윤 당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 정신에 완전히 위배된다”며 검찰총장을 사퇴했고 이에 공감하는 국민들 지지를 얻어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그랬던 윤 당선인과 그 측근이 본질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에서 달라진 게 없는 중재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설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