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이창학 칼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광장, 광화문으로 일단 나와야 한다

배세태 2022. 3. 18. 15:53

[이창학 칼럼] 국민의 광장, 광화문으로 일단 나와야 한다
뉴데일리 2022.03.18 이창학 전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 칼럼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2/03/18/2022031800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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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뉴데일리DB

현 문재인 정부의 공약 2호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논란 끝에 결국 장기 과제로 돌렸지만. 이 공약은 정권교체를 부르짖은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만큼 “청와대를 광화문으로”로 상징되는 “국민 곁으로”는 정권을 넘어선 국가 차원의 객관적 당위성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태도는 일단 출발부터 달라 보인다. 논의가 아닌 발 빠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 가까이 있는 대통령실의 현실화 가능성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현 청와대는 구중궁궐의 이미지, 인의 장막, 폐쇄성, 불통 등 국민의 대통령으로 시작하여 제왕을 만들어버리는 불행한 공간함수에 갇혀 있다.  “청와대(국민의 대통령)= 제왕적, 불통의 대통령”의 함수가 이번에는 꼭 해체되기를 기대한다. 국민과 떨어져 있고 참모들과도 격리된 공간으로서의 청와대는 혁신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대통령 집무 공간의 구조와 위치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다시 사람의 의식과 특히 사람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긴 탁자의 양 끝에 마주하면 상석과 아랫자리가 구분되며 두 사람의 사이로는 탁자 길이의 몇 배의 거리감, 괴리가 끼어든다. 대통령실의 대통령과 참모 등과의 관계를 소통과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도록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광화문에는 지금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완성을 앞두고 있다. 자유로움과 개방과 소통, 포용의 공간이 더욱 확장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들일 것이다. 그곳에 대통령집무실을 두고 경호와 광장의 자유로움이 절묘하게 조화된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내가 뽑았든 그렇지 않든 나라의 지도자가 내 시야 속에 들어오는 곳에서, 그리고  나의 환호 혹은 분노의 함성이- 비서를 통해서가 아니고- 대통령의 두 눈과 두 귀로 직접 전달되는 것이 갖는 것. 그것은 주권재민의 공간적 상징이 될 것이다. 

"특정 정권의 취향과 당의 노선 아닌 객관적 당위성"

우리가 소위 광화문 시대라는 말에 기대를 걸고 문재인 정권도 그것을 열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통치 공간의 혁신을 통해 주권자와 지도자가 배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물과 같은 불가분의 일체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정권에 걸쳐 이런 시도가 이뤄져 왔음은 그것이 특정 정권의 취향이나 당의 노선이 아니라 객관적 당위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어떻게 하든 실천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런데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중 군사적 기지로 사용되어왔고 안보와 관련된 국방부가 이전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국민들이 이 나라의 상징 가로로 받아 들여온 곳을 떠나서 단지 경호나 안전상의 이로움만으로 입지를 정한다면 그것은 단지 장소만 바꾸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국가적 대역사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부심을 갖는, 그리고 외국인은 대한민국의 무게감을 실감하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상징 가로에 우리의 국정 최고 지도자의 집무실이 위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본다. 

그곳에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부심 가득한 국민과 그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서로의 존재를 육안으로 보고 국민의 환호와 때로는 매서운 함성을 대통령이 직접 듣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통치구조를 떠받치고 있으며 대통령은 고요하지만 언제든 무서운 격랑으로 변할 수 있는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임을 실감하게 하는 것이다.

"특정 정권 차원 과업이 아닌 백년대계라면 그 비용은 작은 것"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은 결코 거저 얻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그 가치에 맞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대역사이다. 추진 과정에서 초래될 숱한 논란도 치러야 하고 재정적으로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5년 임기의 특정 정권 차원의 과업이라면 그 비용은 매우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백년대계라면 그 비용은 작은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천년지 대계에 쓰이는 것이라면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아주 미미해질 것이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또 다른 낯선 청와대를 만드는 데 그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입지가 갖는 무게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당장의 경호의 편의나 눈앞의 비용 절감만을 따질 일은 더더욱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 민심의 표출 등 국가와 국민의 상징가로인 광화문, 그곳에 자리한 600년 수도의 역사적 충위 아래 놓인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 그것은 민심과 역사를 두려워하며 스스로 자제되는 권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가 미래를 향해 국민과 지도자가 하나 되어 한층 한층 또 다른 천년의 찬란한 역사의 층위를 쌓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