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공수처의 언론사찰 의혹 절대로 묵과해선 안 된다

배세태 2021. 12. 16. 05:12

※언론사찰 의혹 절대로 묵과해선 안 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 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감시와 통제를 그려내며 권력을 독점한 지배기구인 ‘빅 브라다’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설에서 공무원인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연인 줄리아와 함께 당(黨)의 통제에 저항하며 체제 전복을 꿈꾸지만, 경찰에 체포돼 오랜 기간 고문당하고 결국 ‘빅 브라다’를 찬양하도록 쇠뇌 당한다.

끝내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이 돼 버린 윈스턴에 대한 이야기는 섬뜩하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권력욕. 탐욕에 대한 이야기여서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몇 개의 단어와 대상을 치환(置換)하면 ‘거대한 지배체제에 놓인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고 파멸해 가는 가’에 대한 메시지는 여전이 우리에게 유효한 것 같다.

불행하게도 책 속의 ‘빅 브라다’처럼 지금 우리들 옆에서 어떻게든 ‘빅 브라다’가 되고자 하는 자들은 국민들을 지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지금의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게 행하기보다는 교묘하게 꾸며진 수법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게 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빅 브라다’를 닮은 지금의 권력기관은 권력이라는 목표 앞에서의 맹목적인 단결력이나 지배 방식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특히 ‘왜곡’을 사실이라고 우겨대며 요지부동으로 밀고 나가는 것에 부닥치면 속수무책이 된다. 최근 공수처가 언론사 기자와 변호사 등의 통화 기록을 통째로 턴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제로 ‘빅 브라다’가 등장한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 진다.

논란은 공수처가 TV조선 법조 출입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반복적으로 조회한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시작됐다. 그후 문화일보, 중앙일보 , YTN 등의 기자와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 변호사 등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통신 내용을 조회한 기자는 최소 8개 언론사의 기자들 2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회 건수는 50건이 넘는다고 한다.

기자들의 통신자료 조회 시점은 지난 8월과 10월에 집중돼 있다. 8월과 10월은 공수처에 대한 비판기사가 유독 많았던 시기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지난 8월은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사건 수사방해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였을 때다. 10월에는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당시 공수처의 수사방식이나 수사력 부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언론의 비판기사가 쏟아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서도 “손 검사가 언론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방해 한다”며 언론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권을 이용해 자신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인을 사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통신조회를 하면 통화 당사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수사기관에 넘어간다. 범죄혐의도 없는데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더구나 기자는 공수처 수사대상도 아니다. 그렇다면 법조계의 말대로 인권수사를 수차례 강조한 김진욱 공수처장이 비판 언론에 수사권으로 보복한 것이 아닌가.

기자들은 공수처에 조회 사유와 입장을 물었지만 공수처는 “주요 피의자의 통화 내역을 살핀 것일 뿐이지 어떤 사건인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을 누가 믿겠는가. 분명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에 대한 보복사찰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에도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만든 수사기관이다. 출범 11개월간 수사해온 사건은 겨우 10여건이다. 그 중 4건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이다.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 넘는데도 사실상 한 사람만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전담 수사처’라는 비판을 받는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불법 통신조회를 “수사권을 이용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했단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민주당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 검찰의 재판부 성향 문건이 나오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인데도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재판부 사찰“이라고 몰아갔다.

언론사찰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범죄 행위다. 우리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 한다”고 하여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통신 비밀의 불가침은 열람금지, 누설금지, 정보금지를 말한다. 도청금지도 포함된다. 물론 통신비밀보호법 제 5조.제 6조와 같이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도 있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형법상 부당하고 위법하게 타인의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비밀침해 죄로 처벌받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공수처는 주요 공직자 수사를 위해 일반인의 통신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지만 ,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본인에게 정보 조회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취재기자의 뒤를 캐는 짓은 21세기에는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다. 이번 언론사 사찰 의혹은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불법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자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독재국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입증하는 길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12.16
https://www.facebook.com/100056177142556/posts/3931879625637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