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와중에도 ‘종전선언’미련 못 버리나

배세태 2021. 12. 9. 05:42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와중에도 ‘종전선언’미련 못 버리나

오늘날 모든 국제정치는 미. 중의 대결구도로 함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AUKUS), 쿼드(QUAD),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맞서 러시아. 파키스탄 등이 포함된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이란까지 끌어들여 반미(反美) 대오를 다지고 있다.

미. 중이 벌이는 전쟁은 미래 국제정치 질서와 첨단과학기술 패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하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한판 승부로 치닫는다. 결코 단기간에 멈추지 않을 미. 중 간의 대결 속에서 전(全)세계는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을 끊임없이 맞고 있다. 이번 미국 등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그런 선택의 순간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지난 6일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자국 선수단은 참가시키되 정부의 공식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중국의 신장위구르지역의 인권탄압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인권탄압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잔혹행위 속에서 올림픽을 단지 비즈니스로 다룰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즉시 뉴질랜드가 동참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영국 . 캐나다. 호주. 프랑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미국의 결정에 함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신중한 입장인 것 같다. 아무래도 미국. 호주. 인도와 함께 대중(對中) 견제 성격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참여하고 있어서 고심하는 중인 모양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이미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앞두고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비슷한 보이콧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한일정상 등 80여개 나라 정상들이 베이징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은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며 세계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이다. 청와대는 일단 올림픽 불참 가능성엔 거리를 두는 모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평창 겨울올림픽 때처럼 외교무대로 삼아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집념인 ‘종전(終戰)선언’을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참석 여부나 다른 정부 인사 등의 올림픽 파견 계획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정부는 미국 등 서방의 여러 나라가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밝히는 가운데서도 일단 우리나라의 올림픽 외교 사절단 파견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끈질기게 시도해온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일 것이다.

문 정부의 이런 집착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향한 북한의 반세기에 걸친 집념을 연상케 한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김일성 시대 이래로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것으로, 문 정부의 ‘종전선언’이야말로 평화협정의 논리적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된 일종의 선물거래와 같은 파생상품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북한의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 주한유엔사 해체, 서해북방한계선(NLL)폐지 등이 골자다. 그런데 ‘종전선언’은 그냥 “전쟁은 끝났다”는 것만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문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그러면서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가 우선‘이라는 선결조건을 내세우곤 했다. 북한은 문 정부가 제안하는 ’종전선언‘으로는 자신들의 주장인 ’평화협정’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적들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선뜻 호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 이어서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이래 불신감을 더 나타내 보였다. 얼마 전에 북한 김여정이 “종전선언에 앞서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는 주로 주한 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북한식 은어다.

여하튼 북한의 평화협정 타령처럼 문 정부의 종전선언 타령은 임기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동의를 얻어 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번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한층 더 요원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종전선언은 북한을 대화테이블에 끌어내는 지렛대로 쓸 수있다고 우긴다. 반면 미국은 적어도 북한이 먼저 대화에 나서 비핵화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문 정부가 종전선언을 아무리 ‘비핵화의 입구’라고 강조해도 비핵화 연결고리가 없는 선언이라면 북한이 나중에 휴지조각 취급을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또 하나의 ‘외교 쇼’로 끝나고 만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목을 맨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순수한 의도로 남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것은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수 없이 경험했다. 북한은 늘 남북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이중기준’과 한미 무장해제를 뜻하는 ‘적대시정책 철회’를 주장해 왔다. 문 정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임기 말의 문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인 구애(求愛)를 중단하고 지난 5년간의 대북관계를 복기(復碁)하면서 다음 정부가 ‘바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제는 국가안보를 볼모로 하는 문 정부의 위험한 도박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런 무모한 정책은 결국엔 실패로 끝나 국익을 해치기 만 할 것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12.09
https://www.facebook.com/100056177142556/posts/388971612985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