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朝鮮칼럼] 윤석열 대통령 되면 검찰공화국 된다는 비판

배세태 2021. 11. 15. 13:15

[朝鮮칼럼 The Column] 윤석열 대통령 되면 검찰공화국 된다는 비판
조선일보 2021.11.15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1/11/15/KT6QUERQOFCLDETSWR5CMEXMCA/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우리 헌정사에는 새로운 기록이 남게 되었다. 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유력한 두 대선 후보가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첫 번째 대선이 치러지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윤석열의 경우는 더욱 이채롭다. 그는 공식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그야말로 정치 신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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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러한 그의 경력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본격적인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손에 쥐게 되니 말이다.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특히 ‘조국 사태’ 당시 윤석열을 가열차게 비판했던 이들도 있다. 그들은 검찰총장이 곧장 대선에 나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랬다가는 이 나라가 ‘검찰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참일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곧장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섣부른 우려만큼이나 성급한 낙관도 피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여 수족처럼 부리는 신공안 통치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이 만든 역할 모델 때문이다. 그는 검찰총장이 되기 전부터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촉망받는 검사였다. 지난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한 수사를 총괄하고 지휘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검찰총장이 된 후 청와대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간접적 압박을 무릅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했다. 그 후의 이야기는 오늘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다.

현재의 지지율대로 대선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윤석열이 뽑은 검찰총장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고개를 들어 청와대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앉아 있다. 검찰총장이 원칙을 지키고 권력에 굴하지 않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롤 모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검찰총장이 과연 윤석열 이전의 검찰총장들처럼 국민적 비난과 모욕을 감수하면서 권력의 칼 노릇을 하는 데 만족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며 ‘제2의 윤석열’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전자의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는 유행이 빨리 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팬클럽 노사모의 지지를 통해 당선되자 그 후로 모든 정치인들은 팬클럽을 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에 청계천 공사를 하고 대통령이 되자 지자체장들은 눈에 보이는 치적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대선 직행은 후배 검사들, 더 나아가 모든 공직자에게 어떤 식으로건 역할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이 곧장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사례가 생기면, 권력이 검찰을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힘들어진다. 역사는 이렇게 역설적이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그 후 정치계에 ‘이재명 모델’이 대세가 된다는 말과 같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음주운전을 비롯한 총 4범의 전과 내역, 가족을 상대로 한 폭언과 욕설, 그 외 개인적 신변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이 있다.

그는 경기도지사 당선 후 자신에게 껄끄러운 질문을 하는 언론사의 생방송 인터뷰를 단칼에 중단한 바 있다. 더 큰 권력을 손에 쥐면 언론을 어떻게 다룰까? 이재명은 일개 네티즌 등을 상대로도 고소 고발을 꺼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모델’을 ‘윤석열 모델’보다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국회에서 무슨 법이 나오고 통과되어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권력에 민감한 검찰과 경찰 조직이 어떻게 움직일지 또한 예상 가능하다.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공화국을 운운하는 비판 혹은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의 윤석열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또 다른 이재명의 출현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