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25년前 집권기와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막아선 4대 변수

배세태 2021. 8. 27. 14:11

25년前 집권기와 다르다… 탈레반 막아선 4대 변수
조선일보 2021.08.27 정지섭 기자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08/27/6M4W4IBHKJGJ5NO3P43JND4X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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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남부 자불주 주도 칼라트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제복을 갖춰 입고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을 앞세운 채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으로, 지난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연합뉴스

지난 15일 수도 카불 점령으로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다시 장악하는 데 성공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빠른 시일 내에 국가 통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호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이라고 선포하고, 탈레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권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아프간 정부 인사들과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탈출 행렬을 차단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에 협조한 사람과 여성, 소수민족 등을 상대로 온갖 살인·폭력을 행사해 탈레반의 실체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국제사회 대부분의 국가들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고,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5년 전과 달리 이슬람 근본주의 통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말라붙은 돈줄에 통치 자금난

탈레반은 통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카불 함락 사흘 뒤인 18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국제통화기금 재원 접근권을 차단했다. 당초 IMF는 아프가니탄 정부에 4억6000만달러(약 5368억원)의 특별인출권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탈레반이 집권하자 무산시켰다. 

미 재무부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산도 모두 동결해 탈레반의 접근을 막았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와 세계은행 등에 총 9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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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탈레반은 금융 인프라가 거의 없다. 집권 세력으로서 경제난 타개 능력을 보여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음성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약용 양귀비 재배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은 지난해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84%를 차지했다.

◇젊은이 비율 높은 인구 구성도 변수

인구 구성이 탈레반 통치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프간 통계정보국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63%가 25세 이하 청년층이고, 46%는 15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이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탈레반에 더 큰 위협은 당장의 무장 반군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이들 젊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 상당수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표현의 자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슬람 이념 복종을 강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에 거주하는 전직 아프간 외교관 나비드 누르말(30)은 애틀랜틱에 “나처럼 탈레반 축출 뒤 자라난 세대에게 탈레반의 통치이념과 방식은 한낱 꿈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 입성 직후부터 지역민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장면과 반정부 시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로 거의 실시간 중계되면서 탈레반 위신에 타격을 줬다. 이는 지난 20년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아프간에 구축된 통신 인프라 덕분에 가능했다고 국제전기통신연합 등은 분석한다.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탈레반 축출 이듬해인 2002년 3만명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사용 인구는 지난해 2258만명(전 국민의 65%)이 됐다. 2003년 1%였던 인터넷 보급률도 2019년 말 22%로 높아졌다. 과거엔 TV 등 서구 문물을 원천 차단했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와 각종 메신저를 통해 반탈레반 진영의 저항 메시지와 서방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죽은 마수드와의 싸움

카불 함락 후 저항 세력은 카불 북부 판지시르·파르완·바글란 3주(州)에 집결해 민족저항전선(NRF)을 결성했다. NRF 사령관 아흐마드 마수드(32)는 공산 세력과 탈레반에 항전하다 알카에다에 피살된 국민 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로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군사학을 전공하고 왕립군사학교에서 훈련받았다.

NRF는 최근 탈레반과 차기 정부 구성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선거 실시, 각 주정부 준자치권 부여 등 NRF의 요구를 탈레반이 거부하면서 결렬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전력상 열세지만 장기전을 이어가며 자신들이 민주 대안 세력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할 경우 탈레반 통치의 정당성이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탈레반은 전체 조직원이 10만명 정도에 불과하고 각 지방 조직의 느슨한 연합체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군의 줄행랑으로 예상 외로 쉽게 집권한 만큼 이들의 통치 기반은 실제론 탄탄하지 않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조너선 슈로더 국장은 아랍권 방송 알 자지라에 “싸움에는 능하지만 현대적인 국가 시스템에 무지한 탈레반이 어떻게 통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