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퇴안을 즐겁게 처리할 수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

배세태 2021. 8. 26. 13:47

윤희숙 사퇴안을 즐겁게 처리할 수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
펜앤드마이크 2021.08.26 양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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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부동산 매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윤 의원이 처음이다.

윤 의원의 선택에 가장 당혹스러운 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코너에 몰리고 있다. 우선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안 국회 표결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즐겁게’ 찬성표를 던지기 어렵다. 윤 의원 사퇴가 현실화되는 순간,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한 여당 소속 의원 12명의 거취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의원 사퇴안은 처리하면서 문제가 된 여당 의원들 전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내로남불’ 낙인이 찍히게 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대선정국의 또 다른 악재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윤희숙 의원 사퇴 카드, 정권교체 명분 강화

윤 의원이 밝힌 사퇴의 이유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다. 윤 의원은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의혹을 발표했다. 윤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명단에 포함됐다. 24일 당 지도부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고 소명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문제삼지 않았지만,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사퇴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장에는 이준석 당대표를 포함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해 눈시울을 붉혔다. 윤 의원 역시 이 대표와 손을 맞잡으며 “제가 보고 싶어하는 정치를 하려고 결심한 겁니다”라며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 의원의 이날 발언은 정치인의 품격이 어떠한 것인가를 실제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선 경선을 둘러싼 각종 잡음으로 어수선했던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의원의 사퇴가 최종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서만큼 상대적으로 한 수 우위인 도덕성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칼자루 쥔 여당은 ‘사퇴 쇼’로 비난...윤 의원 사퇴안 처리 의지 없음을 시인한 셈

반면 여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윤 의원의 집중 공격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서는 “사퇴 의사가 전혀 없는, 속 보이는 쇼”라며 윤 의원은 진정성을 깎아내렸다. 윤 의원의 사퇴안 국회처리 칼자루는 180석을 보유한 여당이 쥐고 있다. 그런데 ‘사퇴 쇼’라고 비난하는 것은 윤의원 사퇴안을 처리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25일 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진정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사퇴하겠다고 하다 당의 만류로 의원직 유지하는 ‘속보이는 사퇴 쇼’가 현실이 된다면 주권자를 재차 기만한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평소 성품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윤희숙 의원은 누가 뭐래도 사퇴를 할 것이다. 당과 정권교체의 대의명분을 살려야겠다라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인으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윤 의원 스스로 그것을 지켜야겠다는 차원의 결심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 사퇴안,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고 여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해야 처리돼

하지만 윤 의원이 실제로 사퇴하기 위해서는 국회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윤 의원은 국회법 제135조 2항에 따라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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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직서가 제출되고 나면 국회는 135조 1항에 따라 의결을 통해 윤 의원의 사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허가할 수 있으며, 회기 중 본회의 의안 상정 여부도 의장이 결정한다. 박 의장이 윤 의원의 사직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폐회 중 허가하지 않으면 의원직 사퇴가 불가능하다.

만약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윤 의원의 사퇴가 결정된다. 따라서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윤희숙 의원의 사퇴를 허락하지 않으면, 자진사퇴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윤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후보(이재명 경기지사)를 치열하게 공격한 저의 사직안을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예상하긴 어렵다”라며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사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사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은 “윤 의원은 민주당이 즐겁게 통과시켜 줄 것 같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위성 정당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흑석동 건물 투기 및 거취가 또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도 여권을 당혹케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윤 의원 사퇴 성공 어렵다” 인정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의원직 사퇴는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국회의원은 당선되기도 어렵지만 사퇴하기도 어렵다. 이전에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의원직 사퇴를 천명했지만 성공사례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직 자진 사퇴는 국회 본회의 의결사항이다. 국회의장이 그 안건을 상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상정돼도 통과되기는 어렵다”라며 “눈물의 사퇴회견을 했지만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내 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혹시 모르겠다. 기필코 성공할지”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 반드시 사퇴하고 정권교체에 힘 보탤 것” 분석도

그러나 정치평론가 이성수씨는 윤 의원의 사퇴에 대해 “국회의장이 어떻게 하든,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실도 정리하고, 서초구 사무실도 정리할 것이다. 이미 서초갑 구민들에게도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성수씨는 윤 의원이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인지도를 높인 만큼, 부동산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장 대선 경선 후보의 캠프로 갈 것 같지는 않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월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권익위의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임을 다시한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 의원직 사퇴를 결심한 윤 의원이 향후 대선 가도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