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창균 칼럼] 문재 정권이 찍을 때마다 제 발등, 언론 징벌은 다를까

배세태 2021. 8. 26. 07:09

[김창균 칼럼] 文 정권이 찍을 때마다 제 발등, 언론 징벌은 다를까

조선일보 2021.08.26 김창균 논설주간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8/26/XRV55LBYO5GO5D7OCWU3YYLYGQ/
.

김창균 논설주간

노무현 대통령은 “친일(親日) 했던 사람들은 3대가 떵떵거린다”며 친일 규명에 앞장섰다. 쉽게 말해서 ‘친일파 후손 찾아 망신 주기’였다. 정권이 총력을 쏟았다. 그래서 “친일파 후손이 야당 쪽에서 쏟아질 모양”이라고 짐작했었다. 2004년 광복절 직후 최초로 확인된 친일 후손 정치인은 집권당 대표였다. 부친이 일본군 헌병 오장(하사)으로 한국인 징병 기피자들을 찾아 다녔다. 2탄 역시 부친이 일본군 헌병이었던 집권당 상임중앙위원이었다. 집권당 지도부 5명 중 2명이 “3대가 떵떵거린다”는 친일 집안이었다. 이 밖에도 집권 세력 조상이 일제 때 특무경찰, 금융조합 서기, 동학란 원흉으로 꼽히는 고부 군수 등으로 확인됐다. 야당 쪽에선 이렇다 할 친일 계보가 발견되지 않았다. 노 정권 주변에선 “친일 몰이로 제 발등만 찍었다”는 탄식이 들려 왔다.

2018년 1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남북 단일팀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문 정권 상왕이신 김어준 가라사대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 조작단이 뛰고 있다”고 했다. 이 말씀을 받들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일당을 찾아내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일베 또는 태극기 부대로 구성된 현장 조직과 야당 배후 세력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경찰에 검거된 드루킹 일당은 민주당 당원이었고, 이들에게 지령을 내린 사람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였다.

2019년 연말 국회에서 집권당은 제1 야당이 결사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겉으로 내건 목적은 군소 정당 의석을 늘려 표의 등가성을 제고한다는 거였고, 속셈은 제1 야당 의석을 빼앗아 집권당의 2, 3중대에 나눠준다는 거였다. 제1 야당이 자구책으로 비례 정당을 만들자 집권당도 따라 했다. 그 결과 거대 여야 정당 의석은 더 늘어나고 군소 정당은 쪼그라들었다. 집권 세력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

'언론중재법' 반대 손팻말 정리하는 법사위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사위 관계자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남겨져 있던 언론중재법 반대 손팻말을 정리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법과 제도는 처벌이나 혜택을 누가 받을지 미리 알 수 없어야 한다. 그게 법치(法治)의 기본이다. 문 정권은 대놓고 “나는 이익, 너는 손해’ 보도록 법과 제도를 만든다. 그러다가 곧잘 제 발등을 찍는다. 운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 정권 DNA에 새겨진 위선과 내로남불 때문이다. 대낮 광장에서 비난했던 행동을, 불 꺼진 밀실에서 자신이 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저지른 모든 비행(非行)이 자신이 비난했던 조만대장경 속에 예언서처럼 담겨 있다. 이러니 적폐를 겨냥해 쏜 화살이 자기 등 뒤에서 날아온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8억8000만원의 부동산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정권이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며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MBC 기자가 야당 대선 주자 뒤를 캐기 위해 경찰을 사칭한 것을 감싸기 위해 “우리 때는 흔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겨레 후배로부터 ‘김의겸의 감수성’이라는 질책을 들었다. 그런 사람이 ‘언론 선진화’를 위해 ‘언론징벌법’에 앞장서고 있다.

김 의원은 라디오 대담에서 진중권씨로부터 “MBC의 검언 유착 보도와 한겨레의 윤석열 별장 접대 기사는 손해배상 대상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의원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감쌌다. 두 보도 모두 허위였고, 중대 과실이 있었으며, 고의성이 농후했다. 김 의원이 추진하는 법에 따르면 딱 떨어지는 손해배상감이다.

윤석열 별장 접대 기사를 썼던 기자는 2016년 12월 7일 자 한겨레 1면 톱에 ‘박근혜,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는 기사를 썼다. 국회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탄하는 후속 보도와 사설도 뒷받침됐다. 특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머리 손질 시간은 평소 절반가량인 20~25분”이라고 밝혔다.

사기꾼 김대업이 주도한 이회창 병풍,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 공포, 천안함과 세월호를 미군이 폭침했다는 괴담… 언뜻 떠오르는 대형 오보 사례들이다. 모두 허위, 중대 과실, 고의성 요건을 갖추고 있고, 예외 없이 이 정권 친위 매체들의 작품이었다.

언론징벌법은 조국 전 장관이 언론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양이 됐다는 문빠들의 복수 혈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비판 언론들을 손보겠다는 의도가 법조문 곳곳에 나타나 있다. 이 법이 결국 누구 발목을 찍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