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정권 교체 가능할까...‘여론 신호’ 세 가지 전부 ‘빨간불’■■

배세태 2021. 8. 21. 16:28

정권 교체 가능할까...‘여론 신호’ 세 가지 전부 ‘빨간불’
조선일보 2021.08.20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8/20/LUNXLTV3NJGP3H2SDEUPMH2MHQ/

한국 정치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만 예측할 수 있다. 출마 선언 했을 때 오세훈 서울 시장과 이준석 당대표를 누가 예측했겠는가.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 승자도 예측할 수 없다. 대선 승자는 말할 것도 없다. 4·7 보궐선거 직후 정권 교체를 낙관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윤석열·최재형 조기 입당의 전략적 실책과 이준석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선은 예측불허다.

통계학자이자 정치 예측가인 네이트 실버는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어떻게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려면 과학적 지식과 자기 인식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하는 ‘용기’, 그리고 이들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데이터’ 시대다. 365일 24시간 내내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모두가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숫자는 마력이 있다. 소수점은 더 그렇다. 50%보다는 47%가 그럴듯하고, 43.2%는 더 그럴듯하다. 여론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국정을 좌우한다. 여론조사는 ‘신호’일까? ‘소음’일까?
.

.

나는 쏟아지는 여론조사 데이터 중에 정당 지지율, (현 시점의) 가상 대결, 여야 후보를 쭉 늘어놓는 지지율 조사(이 조사를 왜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예측하는 데 참고하지 않는다. 내가 보는 데이터는 세 가지다. ①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②정권 교체에 동의하는가? ③야당이 대안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55% 대 35% 즉, 격차가 20%를 넘으면 그건 분명한 신호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정권은 ‘위기 주의’ 단계다. “정권 교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가 55%를 넘고, ‘동의하지 않는다’가 35%를 밑돈다면 ‘위기 경계’ 단계다. “야당이 대안인가?”라는 질문에도 ‘동의한다’가 55%를 넘고, ‘동의하지 않는다’가 35% 아래라면 ‘위기 심각’ 단계다. 격차가 모두 20%를 넘으면 정권 교체는 거의 확실하다. 20% 내 격차라면 ‘후보 경쟁력’과 ‘다자 구도’ 변수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긍정 36%, 부정 53%였다. 4·7 보궐선거 직후에는 긍정 평가가 29%까지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62%까지 치솟았다. 보궐선거 이후에는 8월 첫 주 긍정 41%, 부정 51%가 가장 근접한 수치다. 2점 척도로 묻는 갤럽과 달리 4점 척도로 묻는 다른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줄어든다.

4·7 보궐선거 직후인 4월 15일 갤럽 조사에서 ‘정권 교체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5%, ‘정권 유지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4%까지 벌어졌던 정권 교체 여론은 8월 초에는 47% 대 39%까지 좁혀졌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8월 15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 55.4%, ‘정권 재창출’ 38.2%였다. 4·7 보궐선거 직후보다는 호전됐지만 여전히 임계치 언저리다.

임기 5년 차 대통령 지지율 40%는 분명 놀라운 일이지만 ‘아무런 업적 없이’ 그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더 놀랍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와 정책 모두 실패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새로운 대한민국’이나 ‘2017 체제’는커녕 유례없이 국민을 분열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야당을 ‘더 좋은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무책임·위선·분열에 질렸지만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하다. 정권 교체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그것만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2002년 대선이 재연될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같은 시기 조사에서 긍정 26%, 부정 53%였다. 6월 지방선거도 참패했다. 민주당 후보 노무현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정권 교체는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노무현이었다. 50대 노무현은 야당이자 도전자처럼 싸웠고, 60대 이회창은 여당처럼 싸웠다. 노무현이 ‘변화’로 보였고 이회창은 ‘기득권’으로 비쳤다.

민주당이 50대 이재명을 후보로 내세우고 국민의힘이 윤석열·홍준표·유승민·최재형 네 명의 60대로 최종 경선을 치른다면 누가 ‘변화’를 선점하겠는가. 국민의힘은 이재명 지사의 인성을 문제 삼는 모양이지만 노무현의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조차 기득권에 대한 분노로 받아들여졌다. 김대중과 다른 노무현이 그랬듯이 문재인과 다른 이재명도 정권 교체 성격이 있다. 2012년 이명박과 다른 박근혜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은 힘도 잃고, 꿈도 잃고, 길도 잃었다. 비전도 없고, 리더십도 없고, 전략도 없다. 무엇보다 새로움이 없다. 변화도 혁신도 새 인물도 없다. 권력욕만 있고 자존심은 없다. 정말로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 이겨도 정권 교체라고 믿는 걸까.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윤석열·최재형이 중도를 향한 변화는커녕 국민의힘보다 더 보수적으로 움직여도 권력을 좇아 줄서기 바쁘다. 이러고도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는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버락, 왜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해?”라는 미셸 오바마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제가 확실히 아는 게 한 가지 있어요. 제가 오른손을 들고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날 세계가 미국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리라는 걸 알아요. 이 나라 전역의 아이들 - 흑인 아이들, 히스패닉 아이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 - 그 아이들도 자신을 다르게 보리라는 걸, 지평이 넓어지고, 가능성이 확장되리라는 걸 알아요. 그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거예요.”

국민의힘이 간절히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오바마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담대한 희망’을 얘기하는 후보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