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황근 칼럼] ‘줄리’와 ‘바지벗기’의 머드 레슬링(mud wrestling)...앞으로 10개월간 벌어질 대통령 선거전의 예고편에 불과

배세태 2021. 7. 9. 14:41

[황근 칼럼] ‘줄리’와 ‘바지벗기’의 머드 레슬링(mud wrestling)
펜앤드마이크 2021.07.09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45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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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바지벗기’ 내년 대통령선거 시동을 거는 초반 키워드들이다. 여당은 마치 차곡차곡 준비했다는 듯이 야권 유력주자 처가 의혹들을 연일 뱉어내고 있다. 어쩌면 선거 전날까지 하루 한 건씩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여권에서 선두를 달리는 후보의 욕설 통화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고 여배우 스캔들은 ‘바지벗기’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이 두 후보가 본선에서 대결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정말 기대된다.

이처럼 이번 대통령선거가 사활을 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은 충분히 예측되었던 일이다. 어쩌면 지금의 여·야 진영 간 혹은 각각 진영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투극은 앞으로 10개월간 벌어질 선거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어쩌면 건국 이래 최악의 저질 싸움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막장드라마 같은 선거전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선거에서 지면 끝장이라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잡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이런 모습을 만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짭짤하게 재미를 봤던 2002년 ‘김대업 거짓 폭로’에서 시작해서 ‘생태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선거는 고질적 지역 패권주의와 네거티브 폭로전으로 얼룩져왔다. 실제로 선거판을 압도하면서 판세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네거티브 선동이 창궐하고 또 위력을 발휘하는데 언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언론은 교과서처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공자님 말씀과는 거리가 멀다. 수 많은 언론매체들이 난립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불행히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있는 무기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고품격 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재밋거리다. 확인되지도 않고 심지어 거짓이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 업계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정치와 언론이 공생하는 일종의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버렸다. 주요 후보들의 발언 중에 자극적인 용어들만 탈맥락적으로 발췌 보도해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반대 후보측에서는 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이를 공격한다. 언론은 이를 또다시 보도하게 되고 이렇게 몇 번 공방전이 벌어지게 되면 선거의 본질은 사라지고 막싸움만 남게 된다. ‘침묵의 나선’이 아니라 ‘자극의 나선’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일본에서 인기있었던 ‘머드 레슬링(mud wrestling)’처럼 된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진흙으로 채워진 매트에서 레슬링 경기를 한다. 진흙탕에서 사실상 맨살로 싸우는데 기술이 제대로 들어갈 일 없다. 물론 관중들도 승패나 기술에는 관심없다. 그저 진흙탕에서 뒤얽혀 뭉개는 비키니 여성들의 자극적 행동들이 즐거울 뿐이다. 마치 생태탕이나 쥴리 만 기억에 남지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했는지는 전혀 알 필요도 또 알 수도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선거를 머드 레슬링 경기로 만드는데 언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머드 레슬링 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듯이 TBS가 생태탕, 페라가모 의혹을 제기하고,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겉으로 보기에는 자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영방송과 친여 매체들이 공조하면서 의혹을 크게 부풀렸다.

그런데 KBS 수신료도 올려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정권 말기에. 공영방송 경영이 어렵다고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알아서 잘하라는 유인책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정부광고 배분하는데 ABC 조사결과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 산하기관이 정부광고를 배분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또 무슨 미디어 바우처라는 통해 국가 예산을 가지고 언론사들을 지원하겠단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같은 내용에 징벌적 배상을 물리게 하겠단다. 그렇게 되면 언론사나 인터넷 매체들은 논란이 될 수 있는 선거 쟁점을 회피하고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선정적 선거보도에 더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정부·여당이 바라는 그림일 수 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들에 대한 총동원령을 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원래 네거티브 공격은 선거에서 불리한 정파나 후보 측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선거 초반 여당이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니 이번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아마 지금 판세가 지속되게 되면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더욱 가열된 것이고, 이런저런 수단으로 정권이 동원 가능한 매체들의 머드 레슬링 중계도 점점 흥미를 더해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