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관평원 사태에 칼끝 겨눈 최재형 감사원장, 대선주자로 깜짝 부상...‘인간적 매력’도 강력한 무기

배세태 2021. 5. 26. 19:44

관평원 사태에 칼끝 겨눈 최재형 감사원장, 대선주자로 깜짝 부상...‘인간적 매력’도 강력한 무기
펜앤드마이크 2021.05.26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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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 간의 양강 구도 속에, 새로운 대권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자는 단연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새롭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주자 중에서 이미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동연 전 부총리에 비해, 최재형 원장을 지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원전 수사에서 보여준 ‘원칙주의자’의 면모...적지 않은 ‘미담’도 보유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원전 감사에서 보여준 ‘원칙주의자’의 면모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히 각인된 부분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미담’의 보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잠재적 대권주자로서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인간적 매력도 강력한 무기라는 분석이다.

최근 논란이 된 관세평가분류원과 관련한 감사원의 25일 발표로 최 원장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세종시에 ‘유령청사’를 지어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게 지원한 관세평가분류원의 소관 부처인 관세청과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안전부가 감사대상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이 관평원 사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제2의 LH사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관평원 사태에 대해 최재형 원장이 칼을 빼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세청, 기재부 등 권력기관을 ‘감사 대상’으로 지목한 감사원과 최재형 원장

감사원은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기재부·행복청·행안부를 각각 감사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관세청·기재부·행복청·행안부 업무는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2조와 제24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감사원법 제22조는 필요적 검사사항으로 국가의 회계와 지방자치단체의 회계, 한국은행의 회계 국가 또는 지자체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한 법인 등에 대해 감사원이 검사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제24조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 지자체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할 수 있게 명시했다.

세종시에 관평원 유령청사를 짓는 과정에서 국가 예산 171억 원이 투입됐지만 모든 부처가 나몰라라 하는 점에서 국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관세청은 대전광역시에 소재한 기관이기 때문에 애초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청사 신축을 강행했고, 소속 직원 49명은 이를 내세워 특공 아파트를 1채씩 분양받았다. 감사원은 관평원 사태가 감사원법상 감사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즉각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며 “감사원이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JTBC 여론조사서 대선 후보군에 처음으로 올라

지난 24일 발표된 JT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 원장은 대선 후보군에 처음으로 이름이 올랐다. 그것도 2.4%라는 작지 않은 지지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최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탓에 잠재적 대권 후보로 인정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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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채널A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려는 모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사진=채널A 뉴스 캡처]

JTBC의 여론조사 못지않게 지난 24일 채널A의 보도도 주목을 받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려는 모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지난해 11월 최 원장을 만난 뒤 대통령감이라는 확신을 갖고 추대모임을 준비 중"이라며 "많은 현역 의원들이 제 뜻에 공감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최 원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김오수 감사위원 제청 요청을 거부하고 월성 1호기 감사를 규정대로 진행하면서 잠재적인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참여하는 ‘공부방 모임’, 최재형의 싱크탱크 역할

특히 정 전 국회의장 등이 참여하는 '공부방 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강원택 교수 등 20명 안팎의 인사들이 만나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등에 대해 정책 토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이 모임을 통해 최 원장에게 제안할 정책 보고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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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최 원장을 만난 뒤 대통령감이라는 확신을 갖고 추대모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정 전 의장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당대회 주자와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나서 최 원장을 언급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말한다. 더 이상 최재형 원장, 윤석열 전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아니다”며 이들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가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주호영 의원 역시 지난 19일 “안철수·윤석열·최재형 등 당 밖의 유력한 주자들이 당 경선에 주저없이 참여하도록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과거 군 법무관 시절 상·하급 부대에서 최 원장과 함께 일한 인연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 당의 유승민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를 필두로 해서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최근에는 자천타천으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형, 대선주자 언급에 대해 가능성 열어 둬

최 원장은 지금까지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약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당시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단호하게 거절하거나 가능성을 아예 부인한 것이 아니다’라는 차원에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반응이 나왔다.

대학 시절부터 최 원장과 알고 지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 원장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고, 본인이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도 “옳은 일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지도자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두 자녀를 입양해 키우고, 고교시절 다리 불편한 친구 업고 다녀

신념이 강한 지도자로서의 자질 외에 인간적인 스토리에서도 국민적 호응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명의 자녀를 입양해 키웠다는 점과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등에 업고 다니는 등 ‘미담 제조기’로 불릴 만큼 인품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다.

인간적인 매력 외에, 플랜B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반드시 국민의힘으로 온다는 보장이 없다. 당 차원에서 플랜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경선에 참여할 경우 설사 최종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당내 후보군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원장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은 그를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염두에 두게 됐다.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대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상 12월 초까지는 사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