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실패한 인사만 할 것인가?

배세태 2021. 5. 5. 21:13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실패한 인사만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1년여 남긴 임기를 함께할 장관후보 5명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너무도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세상에 어떻게 저런 부적격자들만 골라서 청문회장에 내 보냈나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등장한 장관 후보자들은 장관은커녕 공직자로서의 공인(公人)이라는 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해 보였다.

필자는 언론계와 학계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번에 청문회에 나온 후보들처럼 뻔뻔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여행을 통해 인간의 죄악을 종류별로 경험케 하듯이 문 대통령이 발탁한 이들은 이번 청문회에서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추한 인간성을 차례로 우리들에게 또 다시 보여주었다. 보면 볼수록 한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국민들은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조국사태를 통해 위선과 이중 잣대의 진수(眞髓)를 보았고, 추미애라는 사람을 통해서는 독선과 뻔뻔함의 극치를 목도했다고 말한다. 그 뒤에도 박범계, 변창흠, 이용구, 이성윤 등 여러 공직자들이 보인 ‘염치없는 행태’들을 지켜봤고, 이번에 또 다시 ‘위선 왕’ 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청문회를 통해 목격해야만 했다. 국민들은 저들이 이처럼 공사(公私)구분도 못할 정도라면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이미 지난 위선자들의 행태가 지금도 눈에 선한데 이번에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의 ‘좀스럽고 낯 뜨거운’ 도덕성 문제는 듣는 내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먼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3개월 만에 그만둬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후보자는 교수시절 하와이, 바르셀로나 등 해외관광도시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배우자 및 두 딸과 동행했다.

국가지원금을 받아 나가면서 가족을 데려간 것만 봐도 공사(公私) 구분을 못한다고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임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다”면서도 “관행”이라고 항변했다. 출장보고서도 네 줄만 쓰는 등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임 후보자 부부는 종합소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다가 후보자로 지명 된 후에 245만원을 몰아서 냈다. 두 차례나 위장 전입한 사실도 사과했다. 논문표절 의혹과 이중국적의 두 딸이 의료비 혜택을 받은 의혹도 받았다. 비리의 종합세트 같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뒤 한 번도 살지 않고 팔아 2억3,0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위장전입 사실도 드러났다. 노후보자의 아내는 절도혐의로 벌금 20만원을 선고 받았다. 차남은 자신이 창업자였던 회사가 문을 닫자 실업급여를 부정으로 수급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부동산 문제해결이 급선무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관사 재데크’를 한 것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처럼 ‘갭투기’를 한 것으로 그냥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주(駐) 영국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아내가 사들인 수 천만 원대의 도자기 등 1,250여점을 ‘외국인 이삿짐’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물론 관세를 내지 않았다. 후보자의 아내는 이 도자기들을 인터넷을 통해 수년간 불법으로 판매까지 했다. 그런데도 청문회장에서 “도자기들은 모두 집에서 사용했던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원으로부터 “ 궁전에서 살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런 청문회를 보고 언론은 “죄송 장관 청문회”라고 보도했다.

지금껏 문 대통령의 인사과정에서 보인 것은 ‘위선과 뻔뻔함’의 끝판 왕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아마도 문 대통령이 이른바 ‘곡목구곡목(曲木求曲木)’의 딜레마에 빠진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말(馬)의 우리를 만들 때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다보면 계속해서 굽은 나무를 써야 해 곧은 나무는 쓸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권 초부터 코드 인사에 매몰되다보니 제대로 된 인사(人士)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박범계 장관의 경우 본인 스스로 ‘학폭’ 가해자였다고 했고, 고시생의 멱살을 잡고 욕설한 혐의로 고발당하고, 국회에서 야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어도 문 대통령은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도교수에게 국회연구용역을 의뢰한 뒤 해당 보고서를 베끼고 번역해 박사학위논문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고, 가족생활비가 한 달에 60만 원인데 국회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가족과 해외여행을 갔다 왔으나 임명됐다.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은 서울메트로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작업 중 희생된 사람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했기 때문에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를 장관에 앉혔다. 이제 6일과 7일에는 김부겸 총리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린다. 과연 그의 입에서  ‘송구. 반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자주 나올지 궁금해진다. 김 총리후보자는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때 인사청문회를 거친바가 있으나 총리로서의 검증은 차원이 다르다.

현재 드러난 그의 도덕성 문제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후보자 부부가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와 자동차세를 체납해 총 32차례나 차량을 압류당한 사실이다. 어쩌다 한두 번도 아니고 32번이나 과태료 체납으로 차량을 압류 당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운전 중 누구나 법규를 위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라면 고지서가 날아오면 거의 다 기한 내 납부한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교통법규를 이렇게 무시하고도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설사 교통법규 위반이 중대한 벌칙이 아니라고 해도 32차례나 차량을 압류 당했다는 것은 법을 경시하거나 국가 행정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이런 사람이 총리를 한다면 우리나라 법치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의혹들은 모두가 ‘내로남불’로 귀착되고 있다. 국민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그들한테는 ‘가 .붕. 개’에 불과한 것인지 처절한 생각만 들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청문회에서 따지고 야당이 부적격자라고 주장해도 여당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는 채택되고 그들은 결국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한 인사원칙이나 기준을 지키지 않은지 오래다. 문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장관급 후보자 중 29명에 대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물론 여당은 거수기 노릇을 했다. 그에 앞선 청와대 인사 검증 역시 완전히 겉치레로 전락한 지도 오래됐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 급 인사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문회에서 고생한 사람이 일은 더 잘 한다”며 황당한 격려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도 그대로 다 임명할 것인가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엔 민심의 이반(離反)은 더 할 것이다. 그리고 원만한 국정의 마무리는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이 입게 된다. 그런데도 임기 말까지 실패한 인사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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