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대북정책 기조 바꿔야 한다■■

배세태 2021. 3. 18. 05:55

※실패한 대북정책 기조 바꿔야 한다

북한의 김여정이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태생적 바보‘ ’미친개‘라는 막말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녀는 또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앞으로 4년간 마음 편하게 잠을 자고 싶으면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첫 경고 메시지도 날렸다.

김여정이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 둔 시점에서 이런 엄포를 한 것은 일견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과거에도 같은 방법으로 막말을 쏟아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여정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와 9.19 군사합의도 파기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담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되는 노동신문 2면에 실린 만큼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저의를 들여다보면 매번 그러했듯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완화와 같은 것을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설득해 달라는 압박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이에 진전된 입장을 보이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런 압박과 요구는 북한이 코로나 사태와 미국과 유엔의 대(對) 북한 봉쇄정책 때문에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기준은 북한이 바라는 것과 판이하게 다를 것 같다. 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한 기본원칙은 트럼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이 일찍이 밝혀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 “ 새로운 전략을 채택 하겠다”는 것이고 “ 한국 등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서 철저한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전면 비핵화 보다 ‘스몰 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왔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써 오던 경제제재를 일부 풀어줘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은 ‘완전한 비핵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 본토 공격능력을 막는 선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무런 자위적 수단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김정은의 ‘핵 인질’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해결방법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북핵문제‘를 언급할 때면 우리의 생존권이나 안보측면에서가 아니라 단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래선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과의 회담에서 북한 핵개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 그 대신 대(對) 국민 발표나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의지'가 강하다” 고 말했다.

그 사이 김정은은 핵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온갖 협박과 막말을 거침없이 해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평화’를 유지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남북 정상이 2018년 4월 판문전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재확인 하겠다는 구상을 피력한 모양이다.

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곧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면 미.북 간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올 7월 도쿄 올림픽, 내년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 등을 활용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 협의를 공개적으로 되살릴 기회를 찾겠다는 플랜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다. 하지만 북한은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위협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인질 평화’에 불과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재 확약하려 든다. 그렇게 오랜 시간 북한에 속아왔고, ‘삶은 소대가리’라는 등의 막말을 들으면서도 무엇 때문에 종전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려드는지 알 수가 없다.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도쿄에서 미.일 외교. 국방장관 2+2 회담을 가진 뒤 “미국의 대북전략은 가능한 모든 선택지에 대해 재검토중이다”라면서“ 특히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침해 문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 북한정책, 특히 북한 핵에 대한 대처방법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왜 문 정부는 말도 안 되는 ‘평화’를 내세우면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그 것은 ‘평화’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그간의 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이기도 하다.

첫째는 전쟁이 없으면 무조건 다 평화로 보는 무지이다.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 그런 의미의 평화를 누려왔다. 하지만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다 같은 평화는 아니다. 핵 무장 된 북한과 평화란 한마디로 핵 인질상태에서의 평화다. 핵을 가진 북한이 자의적으로 베푸는 선의와 자비에 우리의 운명을 맡긴 상태에선 ‘굴욕적 평화’ 또는 ‘노예적 평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평화는 인질범이 언제든지 변덕을 부리면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건 일시적이고 위태로운 평화다. 

인질범이 조건을 결정하는 평화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으려면 인질범을 제압하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인질 상태에서 탈출할 방도를 찾지 않고 오히려 인질범에게 친밀감을 느껴 인질범의 편을 든다면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다. 미국이 우리를 인질상태에서 구출하기 위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하려해도 북한과 협의한다고 말하고 축소 내지는 폐지 하려든다면 문 정부의 심리상태가 바로 이와 똑 같은 것이다.

둘째는 평화의 기준이 ‘지속 가능성’에 있다는 것을 모른 다는 점이다. ‘오늘의 평화’가 ‘내일의 평화’를 더 위태롭게 한다면 그것은 ‘내일의 재앙’을 키우는 대가로 누리는 ‘가불한 평화’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의 지속가능성이 없는 평화는 온전한 평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의 지속 가능성은 적의 의도에 바탕을 두느냐 아니면 적의 능력에 바탕을 두느냐에 달렸다. 의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얼마든지 위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능력은 숨기기 어렵고 지속성이 있다.

능력이 있으면 의도에 따라 언제든 평화를 깰 수 있으나 능력이 없다면 의도가 있어도 평화는 깰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이 지금처럼 가혹한 제재를 견디면서 평화 파괴능력인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럴 경우 평화유지를 위해 남북한이 합의했다는 판문점 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이다. 북은 한미연합훈련도 중단을 요구하고 자기들은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일삼는다.

셋째는 북한의 비핵화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 하는 데서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는 점을 모른다. 문 정부는 ‘평화 경제’라는 미명 아래 북한의 제재를 완화 시키려 하면서 대북경제 협력에 매달린 결과 남북관계는 물론 비핵화도 모두 놓쳤다. 비핵화를 제재만으로 달성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제재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북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에만 전념하도록 하려면 제재를 강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비핵화의 마지막 희망을 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문 정부를 갖가지 막말로 능멸하는 것은 문 정부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느슨해진 한미동맹으로는 미국을 설득해 남북관계 개선이나 제재를 풀어줄 수 있는 힘이 없다. 한미 간 공조가 원활하면 할수록 북한이 우리 정부에 의지할 일이 많아지고, 미. 북 간 조정자로서의 정부의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문 정부는 하루빨리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실패한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기 바란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