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불공정이 판치는 사회] 윗물이 흙탕인데 어찌 아랫물이 맑겠는가?

배세태 2021. 3. 13. 21:24

※[불공정이 판치는 사회] 윗물이 흙탕인데 어찌 아랫물이 맑겠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에서 시작된 ‘망국적(亡國的) 행위’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충격과 함께 분노에 휩싸여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투기행위가 계획적이고 깊고 넓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은 광명. 시흥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예정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개발사업 지구에 걸쳐 있었다. 투기 대상물도 택지 외에 공공이 주도하는 도로와 철도, 산업단지 개발사업 부근의 임야나 전답도 포함됐다.

투기를 한 사람도 개발담당자와 공공기관의 임직원은 물론, 관련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다양했다. 불공정과 부정부패가 전국에 걸쳐 만연해 있었던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적(公的)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누구 하나 뉘우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LH는 공기업 중에서도 높은 공무(公務) 의식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 이런 사태가 터졌으면 모두가 자숙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도리어 고개를 들고 반발했다.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회사 관계망에 “우리라고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 “너는 안 했느냐”는 식의 글을 올려 자신들의 땅 투기를 옹호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사실상 부인하는 발언을 했었다. 특히 정부는 4.7 보궐선거를 의식해서인지 투기 사태를 적당한 선에서 덮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변 장관은 땅 투기가 벌어질 때 LH 사장이었고, 이제는 주무장관으로 LH 중심의 ‘공공주도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정부합동조사단에서 투기실태조사를 주도적으로 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셀프조사’는 국민들의 의혹만 키웠다. 따라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여론은 “조사는 투기꾼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벌어준다”면서 즉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사이 LH 고위 간부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 장관은 사의를 표했으나 ‘시한부 유임’됐다. 변 장관의 낙마는 장관 임명 강행부터 잘못이어서 당연한 것이었다. 문 정권에서 흠결이 많은 장관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경우가 29명이나 됐었다.

정부합동조사단이 사태발생 일주일 만에 1차로 발표한 조사결과는 당초 시민단체에서 투기의혹을 제기한 13명을 포함해 20명의 의심사례를 발견했다. LH 직원과 국토교통부 공무원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얻은 결과다. 합동조사단이 찾아낸 투기의혹 자는 겨우 7명에 불과 했다. 청와대도 비서관급 이상 간부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거래는 없었다고 했다. 이를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LH 땅 투기 수사에 검찰과 감사원을 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합동조사결과 발표가 있자 검찰에서는 “수사 망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LH본사 등에 대한 조사가 시작 된지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정부는 검찰이 수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부동산 투기와 공무원이 아닌 LH 직원의 수사는 경찰 소관이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광명시 공무원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국회의원도, 지방의회의원도 있었다. 이들은 검찰 수사 대상이다. 또 문 대통령은 감사원을 합동조사단에서 제외한 이유를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인데 남 이야기 하듯 했다. 그 속내는 뻔하다. 정권의 불법을 수사해온 검찰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을 감사한 감사원은 ‘내 편’이 아니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들은 문 정권이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전(前) 정부 탓, 언론 탓, 국민 탓으로 돌리는데도 크게 분노하고 있다. 문 정권은 신도시 땅 투기의혹을 조사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부터 조사하겠다고 했다. 3기 신도시 계획은 2018년 처음 발표됐는데 이 정권 이전에 땅을 산 사람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은 전 정부를 끌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2017년에 검찰 수사가 이뤄졌던 부산 주상복합건물 분양특혜의혹을 다시 들고 나왔다. 아파트 값 폭등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닥치는 대로 물 타기 하려는 것이다.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남 탓이라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불공정이 판치는 사회가 됐는가? 윗물이 흙탕물이어서 그렇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것이 아닌가.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LH 사건이 터지자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라고 했다. 취임 이후 나라를 ‘불공정’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온 장본인이 ‘공정(公正)’을 강조해도 되는 것인가.

지난해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는 무려 37번이나 ‘공정’을 외쳤다. 하지만 이 정권이 들어선 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불공정행위는 말할 것도 없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도 많은 국민들이 불공정했다고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울산시장선거에서 보여준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의 불법지원도 불공정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문 대통령 가족의 부동산 관련도 다시 논란을 일게 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거주할 양산의 사저 내 농지의 용도변경을 비롯해 대통령 딸의 양평동 주택 구입, 판매와 처남의 그린벨트 내 전답이 토지공사에 수용돼 11억원에 산 땅이 58억 원의 보상을 받아 47억 원의 차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물론 청와대는 사저의 농지는 합법적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고, 딸과 처남의 부동산 수익도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위법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부동산 수익 자체를 범죄시 하는 가운데 그 가족이 부동산 거래로 돈을 벌었다는데 놀라는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수백 건의 자료를 삭제했다. 그런데 총리는 그런 부처를 찾아가 상을 주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택시운전사를 폭행하고 경찰은 사건을 덮으려 했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두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것인데, 민주당은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

대통령은 가덕도를 찾아가 28조원이나 드는 공항을 짓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한 남인순 의원과 이에 동조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을 선거캠프에 중용했다. 3차 가해인 것이다. 이 모든 게 윗물이 맑지 않은 사례다.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리행위다. 지금까지 드러난 투기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을 투입시켜 전(全)방위적으로 ‘조사’가 아닌 ‘수사’를 하는 게 맞다.

투기행위는 소수의 일탈(逸脫) 행위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허탈해 하고 분노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