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중 패권전쟁] 위기의 한미동맹, 앞으로가 두렵다■■

배세태 2020. 10. 18. 05:42

※위기의 한미동맹, 앞으로가 두렵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의 한미동맹 발언 전후로 흔들리는 양상을 보인 한미관계가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민낯을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미국 측의 거부로 빠지는 등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유지라는 핵심 동맹 이슈에서 이견(異見)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SCM 모두 발언에서 “방위비 부담이 미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된다.” 며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방위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했다. 미군 감축과 연계한 방위비 압박 방침을 강력히 시사(示唆)한 것이다. 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특정한 시한을 정하는 것은 양국의 병력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며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미동맹의 이상신호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가운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비공개로 방미해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연쇄적으로 접촉했다. 서 실장은 한미동맹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상황관리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미. 북 대화 재개 방안으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설득에도 나섰으나 종전선언 문제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보면 한미 간 이견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예측할 수 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동맹에 대해 “70년 동안 한미동맹은 인도 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의 보루(堡壘)로 남아 있다”며“ 우리는 협력을 계속하고 앞으로 70년, 그리고 그 이상의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보는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에 금을 내려는듯한 이 대사의 발언은 지난 6월에도 있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도 미국 측은 “한국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어느 편에 설지를 선택했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보였었다. 이후 미 행정부의 요구는 외교, 경제를 넘어 군사안보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을 겨냥한 인도 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등 "미국편에 서라“는 압박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최근 들어서 미국은 경제,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이 반중(反中)진영에 가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의 정보기술(IT)업체 퇴출을 목표로 하는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도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미 중간 극한 대치 속에서 ‘쿼드(Quad)'를 중심으로 한 반중외교전선에 한국이 선뜩 나서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주한미군의 훈련이 9.19 남북 군사합의로 차질을 빚는 것에 대한 불만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국방위를 위한 ‘보완전력’을 제공하기로 해 왔으나 이제는 한국군의 전력자산 확보계획과 연계하겠다고 나오는 모양이다. 미국은 그동안 주한 미군에 순환배치 되는 병력과 전차를 포함해 정찰자산, 미사일 공격과 방어능력 등 대북(對北)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와 관련한 보완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었다.

한미동맹이 이 지경으로 망가진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도 단편적으로 살펴봤지만 대개 3가지 정도의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는 동맹 간의 신뢰 상실을 들 수 있다. 신뢰는 동맹의 생명이다. 신뢰가 무너진다면 아무리 혈맹이라 해도 전략적 소통과 공조는 차치하고 민감한 정보의 공유조차 불가능해 진다. 한미동맹 간 신뢰를 흔드는 데는 먼저 트럼프 미 대통령의 편협한 동맹관이 한 몫을 했다. 그는 늘 상업적 거래에서 동맹 관을 갖고, 미국이 동맹국들의 호구노릇을 해왔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착했다.

한미 간 불신을 키운 데는 문재인 정부의 몫도 컸다. 중국과의 ‘사드 3불(不)합의’와 같은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미국과의 사전협의도 없이 불쑥 결정함으로써 두 나라 간에 맺은 동맹에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이다. 판문점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에서 북한에 대한 감시정찰을 어렵게 함으로써 북한의 기습공격을 용이하게 만들어 줬고, 적대행위의 범위를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행동으로까지 확대한 것도 미국의 불신을 산 것이다.

둘째는 동맹의 성격과 목표에 대한 동상이몽 때문이다. 이것은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예컨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얼마 전에 한미관계를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으로 규정하고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은 그릇된 동맹관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평화 파괴를 억지하고. 그게 실패하면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화동맹으로 전환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없이도 남북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겠다는 뜻인가.

그래서 평화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면 동맹인 미국과의 대화는 어렵게 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달리하고 목표도 다르다면 동맹은 고장 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 측의 친중(親中), 친북(親北) 정책으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감소하면서 한미 간 균열은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정전 이후 북한의 국지적 도발은 계속 됐지만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하지 않은 것은 국가의 생존 보험이나 같은 한미동맹의 덕택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공세적 팽창정책을 막기 위한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이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음에도 한국이 이에 동참할 의지가 없다면 미국에 있어서 한미동맹의 가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주한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까지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이 ‘70년 혈맹’이자 역내 안보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미국이 원하는 방위비 인상이나 쿼드(Quad) 동참 등을 외면하고 전작권의 조기 환수나 주장한다면 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도 현실화 될 가능이 있다. 이런 원인들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은 중병을 앓다가 곧 사망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런데 문제는 더 큰데 있다. 한미동맹의 근본적 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집권세력이 운동권 출신의 좌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사상적 전향을 하거나 아니면 그들을 교체해야 한미동맹은 본래 모습대로 소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권 좌파 세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측이 핵무장을 한 북한이 아니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좌파 세력은 한미동맹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규정하고, 최종 목표를 주한 미군의 철수 이후 남북한 고려연방제의 설립을 추구한다. 그리고 친중 사대주의를 신봉하고 반일 근본주의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집권 운동권 세력은 한미동맹이 완전히 깨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 집권세력들은 착각과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냉혹한 동아시아의 현실을 바로 직시할 수 있고, 균열 된 한미동맹 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