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타려는 심리
유시민의 예언은 맞았다. 왜곡되고 부풀려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는 사실로 밝혀졌다. 모든 방송은 출구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틀린 말이 되었다.
사전 투표에 천2백만 명 가까이 몰리고, 92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 했다는 이번 선거는 정권이 아니라, 지리멸렬한 야권에 대한 심판장이었다.
그 결과 여당은 180 석을 차지 했고, 범 여권 군소정당의 의석을 합치면 집권당은 자기 입맛에 맞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정권이 입법권을 거머쥔 것이다. 이 결과에 사람들이 경악한다.
야당을 지지한 이들은 거짓말이 일상이고, 편가르기를 하고 자기 편은 무조건 덮어주는 등의 행태를 보인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대한 심판을 원하고, 측근이나 야권 인사가 연루된 각종 부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야당이 승리해 공수처법 폐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공수처법은 정권의 비리를 덮고, 정권을 반대하는 자들을 견제해 더욱 더 부패 독재 정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지난 탄핵에 대한 심판으로 간주하고, 다수당이 되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면 기업하기 어려워 경제는 더 나빠지고 국민들의 삶도 피폐해지며, 한미 동맹 관계는 더욱 약화되고 국격은 더욱 더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사회주의적 제도와 포퓰리즘을 통치 수단으로 삼으면 결국 베네주엘라와 아르헨티나, 그리스 꼴이 될 것이라며 표를 던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야당을 지지한 수는 절대적으로 적었다. 적어도 선거 조작이 아니라면, 이 명제는 사실이다. 왜일까? 왜 국민들은 여당에 표를 몰아주었을까? 이 정권이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 정권이 들어와 삶이 더 나아지고,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되었다고 믿는 걸까? 아니라 본다. 정권이 잘 해서가 아니라 보수 야당이 정권보다 더 못했기때문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4년 전 지난 20대 총선에 투표한 유권자 2천4백만명 중 9백20만명이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표를 주었다. 유권자의 38%이다. 현 집권당이 민주당에게는 8백8십만표 (37%)를 주었다. 절묘한 수치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교만하고 어리석었다. 지도부는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의 개헌을 꿈꾸며 이해관계를 따졌다. 그 결과가 '도장들고 나르샤'였다. 국민은 당시 여당에 제 1당이라는 지위를 주는 한편, 국민의 당에 3백6십만표 (15%)를 주며 야당에 기회를 주었다. 민주당이 국민의 당과 연합하면 다수당이 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바짝 긴장하며 납짝 엎드려 최선의 정치를 폈어야 했다. 국민의 당과 대연정을 펼칠 필요도 있었다. 우리는 여소야대 상황이 오면 무조건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기 마련인 헌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민의 당과 연합하기는 커녕 개헌의 아집을 고수하며 오만을 부렸다. 결과는 대통령 탄핵이었다. 탄핵을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 이후에도 보수는 사분오열되며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 기본적인 책무를 제대로 못했다. 당론은 선명하지 못하고, 비전은 애매모호하며 리더십도 없었다. 이슈를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기도 힘겨워했다. 국민은 야당을 볼 때마다 고구마를 백 개를 삼킨 듯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 야당을 찍어주고 싶었을까? 아무리 정권이 무능하다한들 말이다.
나는 국민 선택 무오설은 주장하지 않는다. 국민의 선택이 늘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선택한다고 본다. 때문에 국민이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든, 대선이나 총선에 누구에게 표를 던졌든 그게 다수의 의지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 책임도 국민이 져야 한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든 감수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당선자 면면을 보면, 여든 야든 '참 잘 떨어졌다!' 고 생각드는 인물도 있고, '도대체 왜 이런 인물을 뽑았나' 혹은 '이 인물이 왜 낙선되었나' 며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낙선자 중에는 와신상담, 절치부심해 다음을 기약해 주길 바라는 인물도 있는 반면, 이 기회에 제발 정계에서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은 인물도 있다.
당선자 중에는 여당 프리미엄으로 운좋게 당선했거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에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자도 있을 것이다. 지역 감정의 가장 큰 폐해는 그의 능력이 아니라 지역성 때문에 두번 세번 당선되며 지역 토호가 된다는 것이다. 고인 권력이 썩지 않기는 어렵다.
결국 정치 지각 변동은 올 것이다. 지진에 이어 쓰나미도 몰려 올 것이다. 2년 후 대선, 4년 후 22대 총선을 얘기하긴 어렵다. 당장 내일, 내달, 올해가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나아지기보다는 악화되고,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금이 저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간담이 서늘해질 것을 알면서도 귀신의 집에 들어가 비명을 지른다. 제 돈을 내고 말이다. 국민들은 오금이 저리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쪽을 선택했다. 긴장하고, 벨트를 잘 매자.
출처: Woochul Song 페이스북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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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결과...3% 이상과 3% 미만의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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