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 전문가들 “김여정 개인 명의 담화, 높아진 위상 증명…새 대미채널 가능성”

배세태 2020. 3. 24. 09:51

미 전문가들 “김여정 개인 명의 담화, 높아진 위상 증명…새 대미채널 가능성”

VOA뉴스 2020.03.24 지다겸 기자

https://www.voakorea.com/korea/korea-politics/kim-yojong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인 명의의 담화로 미-북 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만큼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또 김여정이 미-북 간의 새로운 외교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핵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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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23일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하며 대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담화는 3월 초 한국 청와대를 비판한 개인 명의의 첫 담화를 발표한 지 약 3주 만에 나왔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선임 정책국장 23일 VOA에, 김 제1부부장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특사 자격으로 한국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위상이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북한의 대미 정책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위상이 계속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재평가 과정에서 김여정이 승자라는 겁니다.<중략>노퍼 국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 협상에 조언을 제공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외무성 관료들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확신이 줄었다며, 그 결과 중 하나로 외무성 조직 개편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재평가 과정에서 김여정을 가장 “신임하는 조언자이자 대변인”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김여정의 높아진 위상이 김 위원장의 권력 강화의 신호일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북한 엘리트 간의 갈등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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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3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응답한 것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담화가 매우 권위있고 자신감 있는 어조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는 김여정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말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력과 재량을 갖게 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중략>이어 “개인적인 생각” 등 1인칭 화법을 쓴 것을 지적하면서, 최고위급 간부들조차도 이런 어법을 쓰는 것이 매우 드문 것으로 봤을 때 김여정이 예외적인 지위로 상승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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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도 김 제1부부장이 북한의 대외 정책뿐 아니라 국내 사안에 관해서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여정이 21일,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행보인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에도 동행한 것을 하나의 예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 위상이 강화된 것은 개인의 지위 향상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지도부 내부의 권력 역학관계가 김정은 위원장과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특히 김여정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중략>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3세대 후계자로서 정통성이 선대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다면서, 본인과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려는 것이 권력 공고화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관영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은 이달 19일부터 1면 상단 구호를 “당의 령도 따라 내나라, 내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해 힘차게 일해 나가자!”에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따라 이 땅 우에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자!”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관료체제가 아닌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체의 성장을 현재 목격하고 있다면서, 김씨 일가가 북한 지도부에서 앞으로 더 두드러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중략>이어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것도 기존의 관료기구의 역할이약화된 한 예라고 덧붙였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외무성 등 관료 체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외교 채널을 통해 대미×대남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김여정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추측이 포함된 답변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담화가 외교 문제를 다루는 기존 관료 체제의 범위를 넘어, 개인적인 의사소통 채널과 담화를 통한 북한의 새로운 대미 접근법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중략>특히 김여정이 관료 채널을 우회해 외교와 정치 사안에 관해서 발언하는 것이 미-북 협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에게 더 많은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여정의 높아진 위상과 최근 담화는 북한이 관료 채널을 통해 미-북 핵 협상을 해결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양자 간에 다른 의사소통 채널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중략>하지만 이런 방식은 실무진이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바텀 업 (bottom-up) 방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노퍼 선임 정책국장은 김여정이 미-북 양자 관계에서 “주요” 협상 교섭자가 될 수 있다면서, 이것이 핵 협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 동생으로서 외무성 관료보다 폭넓은 협상 권한을 가질 것이라는 겁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김여정을 앞세움으로써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불분명했던 대화 상대자가 누구인지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통해 새로운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김여정이 북한의 대미 정책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김여정의 변화된 역할이 미-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런 변화가 현 교착상태의 타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전망했습니다.

 

..이하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