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전문가 21인 진단: 동력 잃은 미북협상] 1. 공허한 비핵화 약속…“제재 회피용 지연전술”

배세태 2020. 2. 12. 10:21

[전문가 21인 진단: 동력 잃은 미북협상] 1. 공허한 비핵화 약속…“제재 회피용 지연전술”

VOA 뉴스 2020.02.12 백성원 기자

https://www.voakorea.com/korea/korea-politics/experts-negotiati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다음달로 2주년을 맞습니다. 협상은 두 나라 정상 간 세차례의 만남과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VOA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미-북 정상이 직접 주도한 ‘2년 간의 실험’이 경색 국면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VOA의 기획취재에 참여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21명은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과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교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으면서 ‘실패가 예정된 대담한 시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북한 비핵화 제안의 실체와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애당초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VOA의 심층취재에 응한 21명의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교착 국면에 빠뜨린 근본적인 원인으로 규정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과 김 씨 왕조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북한의 핵 억지력을 진심으로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의 지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워싱턴의 회의적 인식을 대변합니다.

 

<중략>

 

김정은 위원장은 그저 “상당 수준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처럼 북한의 핵 능력을 다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핵포기 여부에 대한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고, 그 결과 모호한 수사와 제안으로 일관한 점도 미-북 협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중략>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5년 간의 (미-북) 외교를 돌아볼 때 어떤 ‘김 씨’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며 “아마 그들은 절대 그럴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이런 모호한 태도 속에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늘 비핵화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점 역시 미국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요소이자 지리하게 협상을 끌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북한과의 외교가 실패한 원인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을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는 데 있다”며, 특히 “김정은 정권이 핵 역량을 경제적 번영과 맞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망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략>그러면서 “이런 생각은 북한 정권이 부추기고, 과거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이들이 영구화 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과의 모든 비핵화 협상은 항상 같은 지점에서 끝났다”며 “북한은 뭔가 핵심적인 핵 역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뒷걸음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대부분 경제 부문에서 양보를 받아내려 하는데 목적을 달성하면 바로 선을 그어버린다”는 겁니다.

 

<중략>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랜 전제는 북한 핵보유 목적이 단지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억지력을 충족할 수량을 훨씬 뛰어넘는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김정은이 단지 정권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면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30~60개 핵무기는 지나치게 많으며, 따라서 그 중 일부를 기꺼이 포기하고 생산 동결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중략>

 

하지만 “김정은은 100~20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원하며, 이는 그의 국가 목표가 정권 생존과 더불어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베넷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중략>따라서 김정은의 핵포기 협상 제안은 미국과 유엔의 추가 제재를 막기 위한 지연 전술일 뿐이라는 겁니다.<중략>이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파격적인 행보나 접근법도 통하지 않게 만들었고, 또다시 협상을 파국으로 이끌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김정은을 기꺼이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북한을 비핵화 사안에 진지하게 관여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희망했다”며 “불행하게도 북한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중략>그러면서 “김정은은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의지나 능력이 없고,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기회를 낭비함으로써 완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응징적 제재에 속박되고 말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중략>

 

양측이 전혀 다른 동기와 목표를 갖고 있었던 만큼 협상은 출발점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협상 초기부터 줄곧 도마 위에 올랐던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문제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를 “협상 장치의 원죄”로 규정하면서 “현 교착상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중략>“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합의한 적이 전혀 없고, 여기에 대한 두 나라의 해석이 매우 달랐다”는 점을 내재적 실패 원인으로 꼽는 분석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과거 북한 관리들과의 오랜 협상 경험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비핵화는 늘 ‘한반도 비핵화’였고, 이를 미-한 동맹의 종식,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 핵우산 제거로 정의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중략>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전술, 전략 자산 동원 역량을 없애라는 뜻”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협상이 미국의 수를 잘못 읽은 북한의 오판으로 인해 결렬을 앞당겼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김정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대한 열망 때문에 그저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도 중요한 제재를 모두 해제할 것으로 계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략>또한 “북한은 지난해 가을 실무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해 중요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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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21명이 진단하는 미-북 협상의 교착 원인,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내일은 정상 간 외교와 개인의 협상력에 무게를 뒀던 ‘트럼프 식 대북 접근법’의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VOA 심층취재에 참여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1명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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