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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IT 홀대’ 후회막급

배세태 2010. 4. 14. 19:10

MB정부 ‘IT 홀대’ 후회막급

국제경쟁력 2007년 3위→2008년 8위→2009년 16위
모바일 산업 새흐름 뒤져…업계 “낡은 규제나 손보라”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충격에 놀란 정부와 여당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 흐름에 뒤진 상황을 후회하며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해체된 아이티 정책 총괄부처를 부활시키자는 제안이 나오는가 하면,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 등 국내 업체를 역차별하는 규제들도 고치기로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래 성장동력인 정보·통신·콘텐츠 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 이를 총괄할 통합부처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국내 산업에서 첨단 아이티 화두가 사라져 이 분야 경쟁력 지수가 2007년 3위에서 2008년 8위, 지난해 16위로 추락했다경쟁국들이 모바일 산업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을 책임질 주관 부처조차 없이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정보통신부는 해체돼 인원과 업무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부처로 분산됐다. 김 의장은 “나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에 깊이 간여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아이티를 각 산업 분야와 연계시키려던 애초 의도와 달리 시너지나 경쟁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고민을 해주고 국회에서 공론화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달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정통부 해체 뒤) 기능을 지경부, 문화부, 행안부로 삼분사분시켰고 그 분야마다 마찰이 벌어진다며 난맥상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티 분야 경쟁력 하락의 원인을 정통부 해체에서 찾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정책기조에서 문제를 찾는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전세계는 모바일 인터넷 열풍을 맞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이 주도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경험한 국내 이용자들은 “아이티 강국이 모바일 후진국이 됐다”고 말하고, 업계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지난 2년간 정부 정책이 디지털 환경의 세계적 흐름을 외면하고 역행한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폄하와 거리두기가 뚜렷했다. 아이티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없다는 발언이 대표적이고, 정부에선 한동안 인터넷 이용환경을 통제하는 데 몰두했다. 모바일 태풍이 안방에까지 들어온 뒤에야 정책도 선회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정보통신과 미디어 분야가 제조업보다 고용유발계수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아이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 융합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인터넷티브이(IPTV)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에 주력했다. 나라 바깥에선 산업지형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방통위는 대형 신문사들의 이해가 걸린 판을 벌여놓고 ‘글로벌 미디어기업’을 육성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식이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정책도 문제다. 전자결제 때 공인인증서 의무화 등 낡은 규제를 손보지 않고 있다가, 이용자와 사업자의 불만이 쏟아지자 뒤늦게 대안 모색에 나섰다. 게임물 사전심의 등 국내에만 있는 규제는 이용자들에겐 불편을 안기고, 사업자들에겐 외국 업체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구글, 애플, 트위터 등 모바일 혁신을 이끌고 있는 업체들이 경쟁하는 미국에는 아이티 산업 진흥 부처가 따로 없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을 막는 구닥다리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한겨레/2010-04-14/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