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ICT·녹색·BT·NT外

잃어버린 정보기술(IT)ㆍ과학기술계 3년

배셰태 2011. 3. 14. 15:29

[ET칼럼]잃어버린 ITㆍ과기 3년

전자신문 IT/과학 2011.03.13 (일)

 

확연히 달라졌다. 정보기술(IT)·과학기술계의 요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게 ‘잃어버린 IT·과기 3년론’을 앞세운 움직임이다.일각에서 ‘잃어버린 정권 10년’ 운운하던 것과 많이도 닮았다. 그런데 ‘잃어버린 3년’을 되찾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협·단체는 물론이고 기업과 학계·연구계, 나아가 구성원·가족들이 나서고 있다. 정·관·산·학을 연계한 각종 포럼, 단체 등 물밑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IT·과기계가 마침내 유권자 표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IT·과기계가 다른 이해집단과는 달리 정치색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다름 아닌 미래 먹을거리, 국가 성장동력, 글로벌 일등국가 등 미래를 표방해온 IT·과기계의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이란 것이다.

그 동안 정통부와 과기부 등 현재와 미래의 먹을거리를 상징해온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국가 IT 인프라는 세계 최상위 수준에서 뒷걸음치고 있고, 국가 IT 경쟁력은 지난 2007년 3위에서 2009년에는 16위로 추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휴대단말 부문도 버거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LG전자조차도 애플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얹힌 ‘삼성 착시현상’이 위기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과학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개발(R&D)에 쏟는 정성이 예전 같지 않아서일까. 실패만 거듭하고 자체 위성 하나 제대로 쏘아 올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보통신 정책적으로도 MVNO, IPTV, 와이브로 등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펼쳐진 게 없다. 용두사미가 돼버린 ‘국과위’는 코미디 그 자체다. 오죽하면 최시중은 ‘방송위’ 위원장, 이주호는 ‘교육부’ 장관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미래 먹을거리 산업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를 진두지휘할 국가 전략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권 중진의원도 이미 컨트롤타워 해체의 잘못을 인정했다. MB정부 일등공신들도 시인했다. 이런 와중에 IT특보·과기특보·국과위 등도 생겨났거나 강화됐다. 본말이 전도됐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20세기에나 통할 법한 선진국 따라하기 전략이 최선인 양 얘기되고, 또 거기에 매몰되는 현상에 직면했다. 이른바 ‘정책’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21세기의 한국은 추격형 전략이 아닌 탈추격형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과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창조와 혁신을 지향하는 탈추격형 정책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잃어버린 IT·과기 3년’이란 위기의식은 그래서 범상치 않게 들린다. 위기의식의 실체는 절박감이다.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IT·과기계가 200만에 달하는 유권자 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