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정작 계획을 세우고 직접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한국의 평범한 중산층들이 노후 준비를 못하는 이유로는 대략 다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교육비다. 서울을 예로 들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을 둔 가정의 경우 사교육비가 대략 2백만 원 안팎이다.
설사 이 정도 금액을 사교육비로 지출하지 않는 가정이라 할지라고 교육비가 가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노후 준비를 하기 위해 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리란 쉽지 않다. 교육비는 가계 경제에서 고정비 성격이 있어서 한 번 커지면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가정일수록 노후에 대비해 투자나 저축을 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주택 대출금을 들 수 있다. 주택을 마련하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매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 셋째, 심리적 원인이다. 주택 대출금이나 사교육비는 지금 당장의 문제지만 노후 준비는 미래의 일이다. 사람들은 눈앞의 문제는 집중해서 의사결정을 잘 하지만 반대로 먼 훗날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걱정을 하면서도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다 보니 의사결정을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럼 노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를 따져 보자.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시점은 55세~57세이다. 더 골치 아픈 경우는 퇴직 시점에 주택 대출금이 남아 있는 경우다. 퇴직금을 받아서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생활비를 쓰다보면,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 시기는 자녀들도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비가 한창 들어갈 때이다.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자그마한 장사라도 시작했다가 망하면, 평범한 중산층이 하루아침에 신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만다. 앞서 얘기했던 자녀 교육비와 주택 대출금이 이 '마의 구간'에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더욱 사정이 어려운 것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시스템으로부터도 이 시기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부터는 말 그대로 밥 세끼는 먹을 수 있지만 이 ‘마의 시기’는 오로지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퇴직 시점부터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기를 '마(魔)의 구간'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노후 계획을 세울 때 1차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바로 이 '마의 구간'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해 놓았느냐에 따라 노후 생활의 성패가 결정 된다. 이 시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시간적 여유'와 관련이 있다.
현실적으로 평균 수명이 80~90세까지 늘어난 지금, 은퇴 전에 노후 생활 자금을 모두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놓고 재취업이든 창업이든 간에 일을 하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계속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데 대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급한 마음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 전에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 시점까지 자금을 마련해 놓으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다.
'마의 구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저 생활비를 계산한 후, 소액이라도 꾸준히 연금에 불입해 나가야 한다. 또 수입이 늘면 그것에 맞춰 불입액을 늘려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목돈을 모아서 투자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일정액을 떼어내서 이 돈만큼은 퇴직 이후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가지 생활비로 쓰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한방에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 더 나은 전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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