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장관동에 위치한 경신 정보과학 고등학교에는 성인반이 있다. 성인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55세 정도로 대다수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이다. 전국에서도 고등학교 부설 성인 반은 많지 않기 때문에 안동, 포항 등 먼 곳에서도 매일 통학하는 학생까지 있다고 한다.
김복례(71) 씨는 2학년 중 최고령자이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수업 중 가장 앞자리에 앉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또박또박 필기하는 모습을 보면 가르치는 교사들도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어려운 시절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김복례 씨는 다섯 딸을 키우며 40여 년 넘게 농사를 짓던 힘들었던 세월도 있었지만, 요즘은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초등학교도 어렵게 졸업한 후 68세에 통학시간이 4시간이나 걸리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었다고 한다.
김복례 씨는 옛날 성경공부를 할 때는 암기력이 대단하다란 말을 들었는데 이젠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그대로 빠져버리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잘 자라듯이 그런 기분으로 공부를 한다.” 면서 장학생은 못 되어도 개근상은 받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곳 성인 반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90%에 달하고 있어 만학에 불타오르고 있다.
27일 오후 성인 반을 10여 년 지도해온 윤재철 학과장은 “일반학생은 3년 과정이지만, 성인 반은 방학 없이 계속 수업하기에 2년이면 정규과정 수업일수를 마칠 수 있다. 복지상 혜택도 기초수급자, 영세민, 원호대상자는 입학금 및 등록금이 전액 면제된다. 또한, 대학진학 후에도 성인은 등록금이 50%나 감면되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했다.
- 성인학생과 일반학생의 차이점은?
“사회생활을 한 그들이라 처음에는 지도 상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때에는 사회적 위치를 버리고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을 부탁한다. 기초가 부족하거나 지적 편차가 심하므로 인지구조 보완을 위해 이미지 중심으로 지도하려다보면 수업 중에 목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그러나 오랜 사회경험으로 이해와 추리가 빠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움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지며 선생님에 대한 예절도 오히려 청소년보다 바르다.”라고 했다.
- 교육 중에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회에서는 다방면에서 인정을 받는 그들이지만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늘 안고 살아온 터라 수업 중에도 커튼으로 교실 창문을 가릴 정도라서 교사들도 프라이버시 보호에 많은 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동창생과 졸업생들의 결속력과 응집력은 대단하다.”
윤재철 학과장은 담당과목이 과학이라며 “원소기호를 암기하는 학습보다는 김치 발효과정과 같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인 반 학생들은 과거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이 대다수다. 그런 분들이 만학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 보람이 대학교수에 못지않다.” 라고 했다.
실버넷뉴스 김점란 기자 kjl68080@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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