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노튼 전 국무부 법률자문관 “종전선언 신중해야…되돌릴 문제 아냐”

배세태 2018. 9. 28. 05:45

[인터뷰: 노튼 전 국무부 법률자문관] “종전 선언 신중해야…되돌릴 문제 아냐”

VOA 뉴스 2018.09.28 김영남 기자

https://www.voakorea.com/a/4590142.html

 

한국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한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전쟁 종전은 당사국의 정의를 비롯해 매우 복잡한 법적 요건이 뒤따르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패트릭 노튼 전 미국 국무부 법률자문관이 밝혔습니다. 과거 미 행정부에서 한국전쟁 종전의 법적 요건에 대한 기밀 보고서를 작성했던 노튼 전 자문관은 종전을 선언한 뒤 되돌리는 것은 다시 전시 상황을 만든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레이건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의 법적 요건을 자문하셨습니다. 정전협정을 끝내는 문제가 복잡합니까?

 

노튼 전 자문관) 한국전쟁의 경우 많은 나라가 참전했다는 점과 참전국의 지위가 모호하다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간단합니다. 북한의 행동은 매우 확실했고 모든 협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민지원군” 형태로 참전했습니다. 모두가 사실이 아닌 것을 알지만 그냥 덮어두었던 문제죠. 그렇다면 중국이 전쟁 당사국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한 약 17개 나라가 유엔 소속으로 참전했는데 미국의 지휘를 받았습니다. 유엔이 당사국인지, 군대를 지휘한 미국만이 당사국인지, 아니면 다른 모든 나라가 당사국인지 불분명합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에 누가 서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노튼 전 자문관)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종전 선언에 서명하고 유엔 안보리나 유엔총회가 이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게 최선이자 가장 깔끔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상황은 남북한 주도하에 하나의 선언이 이뤄지고 다른 나라들이 이를 지지하는 형식이 추진되는 것 같습니다. 종전 선언의 낮은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큰 단계로 나가는 방식 같은데요. 한국전쟁과 같은 큰 전쟁을 끝내는 데 적절한 절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야 제대로 된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떤 문제가 논의돼야 합니까? 종전 선언을 위한 법적 요건이 있습니까?

 

노튼 전 자문관)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정전협정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남북한 국경 설정 문제, 누가 국경을 통제하느냐는 문제,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과 상공의 경계는 어떻게 정하느냐 등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현재 전쟁이 아닌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여부입니다. 일종의 정치적 종전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협정을 이어간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전 선언을 위해서는 어떤 사안들이 무조건 해결돼야 한다는 법적 조항은 없습니다.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기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하더라도 북한에 행동에 따라 되돌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노튼 전 자문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한국전쟁은 남북한 간에 이뤄진 전쟁은 맞습니다. 그러나 만약 종전 선언을 채택한 다음에 되돌리고 싶다면 다시 전시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저는 단계적인 종전 선언 방식이 우려됩니다. 종전 선언이 이뤄진 다음 다시 예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전쟁을 누군가가 다시 일으키는 문제가 됩니다. 전쟁법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전쟁이 끝났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다시 전쟁을 하자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시와 평시에 따라 적용되는 법들이 있다는 겁니다.

 

기자) 하지만 사실상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정치적인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노튼 전 자문관) 전쟁이 끝났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단계적으로 종전 선언을 밟는 방법은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전쟁이 끝났다는 확신이 있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제대로 된 법적 권한과 효력이 있도록 말이죠. 핵심 당사국인 한국에서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이런 방법은 끔찍하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충족돼야 합니까?

 

노튼 전 자문관) 우선 전쟁이 끝났다는 점을 최대한 법적으로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복잡하게 종전 선언을 시작하면 계속 또 다른 논쟁이 이어지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렇다면 북한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북한은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할 것으로 예상해 종전 선언에 합의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되돌리겠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향후 논쟁 거리가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놓은 다음에 종전 선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등은 별개라고 말했습니다. 종전 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의 권한이나 주한미군에 영향이 있을까요?

 

노튼 전 자문관) 유엔군사령부에 주어진 비무장지대와 국경 문제 등을 다루는 권한은 남북한이 명확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주한미군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결정에 따라 외국 군대를 자국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정전협정 때문에 있는 게 아니라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겁니다.

 

과거 미 행정부에서 한국전쟁 종전의 법적 문제에 대한 기밀 보고서를 작성한 패트릭 노튼 전 국무부 법률자문관으로부터 종전선언의 법적 측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