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청와대, 판문점선언 번역 왜곡 일축…미국 전문가 “종전선언 유연성 주려는 시도”●●

배세태 2018. 9. 13. 08:27

청와대, 판문점선언 번역 왜곡 일축…미 전문가 “종전선언 유연성 주려는 시도”

VOA 뉴스 2018.09.13 함지하 기자

https://www.voakorea.com/a/4569218.html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첫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에 서명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주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이 유일한 공식 번역본이고 수 개월간 배포된 영문은 비공식 번역이었다며 왜곡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 직후 배포된 영문 외에 다른 번역본은 최근까지도 없었다며, 종전선언에 유연성을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비공식 번역’이라고 주장한 영문본은 지난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에도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중략>

 

한국 정부는 유엔에 제출되기 이전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본이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유엔에 제출된 판문점선언이 앞서 한국정부가 배포해 온 영문본의 내용과 다르다는 VOA의 전날 보도를 반박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영어 전문가들이 국문을 번역해 유엔에 제출해 (이번 문건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VOA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이 “연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영문 내용을 담고 있어, 당초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고 전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는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영어 번역문을 통해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남과 북은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회담은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합의가 1개, 즉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고, ‘종전선언’ 등은 그런 회담의 목적으로 뒤따른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청와대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해명한 이 같은 영문은 그러나 판문점 선언 이후 두 달이 지난 뒤인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에도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청와대가 6월 발행한 '평화를 향한 여정' 영문판 28페이지에 실린 판문점선언 3조 3항 (붉은 네모 안)

 

그러나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번역들도 ‘비공식’이었다며, 공식 번역은 판문점선언 약 4개월 뒤인 지난 6일 유엔에 제출된 문서라고 주장한 겁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 두 달 뒤 발행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에 같은 영문 번역본이 정식으로 게재됐고, 여기에는 공식, 비공식이라는 말이 없지 않느냐’’는 VOA의 질문에 “해당 결과 책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해외 기자 등에게 배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공식 번역이라는 말이 누락된 건 담당 부서의 실수였다”며 “주의 조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공식 번역본이 5개월 뒤인 유엔 제출 시점에서야 나오게 된 배경’을 묻는 VOA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이번 문서 회람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유엔 차원의 후속조치로서 남북 양측간 협의 하에 추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한국 정부의 해명을 토대로 본다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4월27일, 연내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전 세계 외신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접했던 비한국어권 인구와 6월 싱가포르에서 청와대의 책자를 접한 해외 기자 등은 유엔에 제출된 문서가 공개된 9월11일까지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주장하는 영문 만을 접한 셈입니다.

 

11일 이전까지 인터넷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영문 번역본은 종전선언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아닌 종전선언을 위한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청와대의 기존 문서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판문점선언 이후 4개월 만에 공개된 번역본을 어떻게 ‘최초의 공식 문서’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한국 정부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대한민국 정부로서 유일하게 번역한 원고는 4월 판문점선언 국문본을 청와대에서 영문본으로 번역한 그 번역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의 번역본은 이미 외신 기자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며, 이후 추가적인 번역이 이뤄지지 않아 당시 내용만이 전 세계에 배포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 등 각국 정부에 공식 배포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은 ‘비공식 번역’이 아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 한국 정부로부터 판문점선언의 어떤 번역본을 전달 받았느냐는 VOA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미국은 판문점선언을 싱가포르 회담에서 재확인했으며, 이는 남북 관계 진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중략>다만 “(번역본) 차이에 대해선 밝힐 게 없다”며 “한국정부에 문의하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백악관은 “국무부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밝혔고, 9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VOA의 질문에 12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문서를 최초로 유엔에 제출한 배경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VOA에 “남북정상회담 결과 문서를 유엔 공식 문서로 회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은 12일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약간의 유연성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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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과 강력한 의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도 미국을 포함한 3자 회담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북 핵 문제에 획기적인 진전이 없이 미국이 서명하도록 하는 건 불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판문점선언의 영어 번역이 달라진 것은 “종전선언과 새로운 현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변했고, 여기에 대한 의지 또한 강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제재 해제를 목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유엔 제재를 반드시 해제해야 한국이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에 유엔에 협조를 구하는, 양해를 구하는 형식으로 남한과 북한이 영문 번역본을 제출하지 않았나 그런 의구심이 듭니다.”

 

실제로 판문점선언에는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한국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는 10.4 선언의 경제 협력 규모를 14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런 거액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유엔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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