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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 세밑에 날다/공자가 하지 말라는 4가지

배셰태 2010. 12. 31. 12:31

[노재현의 시시각각] ‘미네르바의 부엉이’ 세밑에 날다

중앙일보 칼럼 32010.12.31 (금)

 

[노트북을 열며] 子絶四 - 공자가 하지 말라는 4가지

중앙일보 칼럼 32010.12.31 (금)

 

오늘 같은 날,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저 한 해를 반성하고 위로하며 덕담을 나눌 밖에…. 그래서 한 해를 회고하며 독자들을 위한 덕담을 궁리해보았다. 문득 오래전 기억 저편에 새겨놨던 경구 하나가 떠올랐다.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 이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가 하지 말라고 하는 4가지(子絶四)다. 대략 뜻은 이렇다. 제멋대로 생각해 지레짐작하지 말고(무의), 기어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지 말며(무필), 고집부리지 말고(무고), 아집을 내세우지 말라(무아). 이걸 나는 ‘내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제멋대로 보거나 다른 사람의 자유의지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는 언론인이 된 후 스스로 선택한 경구 중 하나다. 그렇다고 그동안 이를 각인하고 매일 되새긴 건 아니어서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이제 와서 이 경구가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마침 미네르바의 허위글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데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누르고 가수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이 먼저 떠올랐다. 앞의 사건은 허위정보를 유포한 것이고, 뒤의 것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론 다르다. 하지만 인터넷 논객을 통해 유포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많은 이의 심성을 해친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통한다. 먼저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는 수긍한다. 세상에 자신의 말과 생각과 논란거리를 던지는 언론활동은 언론인이 도덕과 이성으로 통제할 문제이지 법이 나서서 간섭할 사안은 아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점에서도 맞는 결정이라고 본다.

 

결국 조심하고 엄중해야 할 당사자는 언론활동을 하는 ‘언론인’이다. 언론인의 도덕성은 늘 법보다 앞서야 한다. 최근 인터넷과 뉴 디바이스들이 생활화되면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자기 말을 던질 수 있게 됐다. 대중이 ‘언론인’이 되는 시대다. 한데 언론을 한다는 건 내키는 대로 말을 쏟아놓는 게 아니다. 언론인은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말을 공평하게 듣고, 팩트(fact)를 확인하고, 편견이 아닌 증거에 의해 사태를 판단해야 한다. 부단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말’ 때문에 혼란스러워진다. 거짓 정보는 사회를 어지럽히고, 심성을 황폐화한다. 한 개인을 겨냥하면 그의 인격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른다. 사실, 아무리 객관적이라 해도 언론인은 욕을 먹는다. 매사엔 상반된 견해를 갖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이미 ‘언론인’ 역할을 한다. 언론인은 감시하고 비판하되 결코 거짓을 말하거나 남을 공연히 해치는 말을 세상에 던져선 안 된다. 미네르바와 타블로 건은 가장 나쁜 ‘대중언론’의 사례로 기억될 사건이다. 내년에도 많은 네티즌이 활동할 것이다. 이에 내 오랜 경구인 자절사(子絶四)를 ‘대중언론인’들에게 연말 덕담으로 나눠주고 싶었다. 내년엔 좀 더 성숙한 ‘대중언론’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