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광우병 난동 10년‘ 아무 것도 못 배운 한국...반성은커녕 다시 큰소리 치는 '괴담' 주동자들

배세태 2018. 5. 21. 09:49

[권순활 칼럼] 광우병 난동 10아무 것도 못 배운 한국

펜앤드마이크 2018.05.20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5900

 

반성은커녕 다시 큰소리 치는 '광우병 괴담' 주동자들

 

10년 전 이맘때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았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그해 4월 18일 미국 정부와 쇠고기 수입 재개협상을 타결한 직후인 4월 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상당부분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이 포함된 함량미달 프로그램으로 나중에 밝혀졌지만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광우병 괴담’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2007년 12월 대선과 이듬해 4월 총선 패배로 궁지에 몰려있던 세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문제의 PD수첩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불과 사흘 뒤인 5월 2일 시작된 광우병 시위는 8월 중순까지 100일 이상 계속되면서 서울 등 전국 곳곳을 '무법천지'로 몰아넣었다. 말도 안 되는 거짓과 왜곡에 휘둘려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막 출범한 정권이 휘청거리고 사회가 패닉에 빠진 모습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나는 아직 죽기 싫어요” “미국 쇠고기는 미친 소황당한 구호

 

<중략>

 

"광우병 소동은 시민운동 아니라 대한민국 정서의 총합"

 

<중략>

 

10년간 흘러온 역사를 보면 한국 사회는 거짓과 광기에 휘둘린 ‘광우병 파동’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눈으로 보면 북한의 소행이 명백한 천안함 폭침을 둘러싸고 나온 ‘천안함 괴담’은 어떤가. 안타까운 해난 사고인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세월호 괴담’은 또 어떤가. 한국사회는 광우병 괴담과 같은 대(對)국민 사기극이 재연되지 않을 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하지도 못했고 진실에 대한 겸손함이 자리 잡지도 못했다.

 

비(非)좌파 정권을 흠집내고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정당하다고 여기는 일부 세력의 저질 책동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은 2016년 하반기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폭포처럼 쏟아진 수없이 많은 악성 거짓 선동일 것이다. 당시 신문과 방송, 온라인을 통해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전파된 내용 중 특히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던 내용, 가령 여성 대통령을 겨냥한 비열한 성적 추문 유포나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까지 최순실이 좌지우지할 만큼 무능한 대통령이란 악성 이미지 확산은 대부분 거짓과 과장, 왜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은 잠시 '반짝 효과'를 거두는데 그쳤지만 2016년 10월 손석희 사장의 JTBC가 내보낸 태블릿 PC 관련 보도는 여러 면에서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한 문제 많은 보도였지만 지금까지도 상당수 언론과 국민이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차이가 있다.

 

<중략>

 

역사에서도,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한 서글픈 우리 현실

 

10년 전 광우병 소동의 기폭제가 됐던 MBC PD수첩의 제작진은 그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줄곧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다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MBC를 ‘점령’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살벌한 숙청을 벌이고 있다. 광우병 괴담 확산에 톡톡히 한몫을 한 일부 연예인과 가짜 지식인들도 요즘 제 세상 만났듯이 활개치고 있다. 그런 자들이 말하는 민주와 정의는 진정한 민주나 정의와 거리가 한참 멀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권교체를 넘어 체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9세기 후반 독일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비스마르크는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운다”고 했다.


광우병 소동 후 10년 동안 한국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하다. 전반적인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역사에서도 배우지 못하고, 더 나아가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이 서글프고 참담한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리고 상당수 한국인은 언제쯤 거짓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이런 집단적 무지(無知)와 '가벼운 귀'에서 벗어나 진실에 바탕을 두고 세상을 읽는 제대로 된 자유민주시민으로 거듭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