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지식인의 반역] 평양이 붕괴하면 우리는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그게 희망이다

배세태 2018. 2. 17. 04:52

※지식인의 반역

 

90년 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방다(Julien Benda)는 '지식인의 반역'(The Treason of the Intellectuals)이라는 명저를 썼다. 당시 유럽 각 나라의 지식인들은 미친 듯이, 자기 인종, 자기 나라, 자기 국민, 자기 계급을 내세우는 인종 감정, 계급, 국민 감정, 계급 감정에 불지르는 글과 말을 토해냈다. 방다는 이 풍조가 '문명에 대한 반역'이라 불렀다. 당시 유럽은 문명 자체--유럽이 만들어낸 문명 자체를 파괴하는 데에 열중했다.

 

문명에 대한 증오가 문명의 일부가 될 때, 인간 정신은 완전히 힘을 상실해 버린다...

 

이와 비슷한 일이 이땅에서 벌어져 왔다.

 

(존칭생략) 박정희 시대 때에 '우남 이승만 및 그 이전 선배세대'에 대한 단절, 혹은 의절이 벌어졌다. 박정희는 우남 이승만 및 그 이전 선배세대에 대해 염증을 느꼈다고 보인다. 이는 단지 박정희가 '물질주의적 기능주의' 일변도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동학을 한 아버지, 남노당 간부였다가 대구폭동 때 총살당한 형 박상희, 본인의 남노당 입당, 체포와 '자백 & 정보제공'과 구명, 문관으로 복직해서 다시 별을 달기까지의 역정) 자체가 '우남 이승만'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가지도록 만들었다고 보인다. 우남이 숨졌을 때 정일권이 대독한 박정희의 조사는, 참으로 명문이지만, 실은 박정희 자신이 아니라 노산 이은상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나마 정일권이 박정희에게 강권하다시피 졸라서 쓰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한 것조차 박정희의 결정이 아니라, 퇴역한 6.25 영웅, 밴플리트 장군의 압력 때문이었다. 박정희는 우남 이승만의 묘에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이라는 묘비를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묘비가 없다.

 

박정희 세대 사람에게 "형을 죽인 체제의 핵심(우남 이승만)"은 곧 "본인의 원수"보다 더한 존재다. 본인의 원수는 본인이 용서할 수 있지만, 선대의 원수, 형의 원수는 본인에게 '용서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세대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이 모든 일의 뿌리는 '우남 이승만과의 단절'에 있다. 이 단절을 집행한 사람이 바로 박정희다.

 

일단 맥이 끊기자 처음엔 김구-풍조가 파고들었다. 그 다음엔 조선-미화 풍조가 파고 들었다. 그 무렵 박정희가 숨졌다. 그리도 전두환-노태우 군부 권위주의 체제가 들어섰다.

 

이미 이때쯤이면, 박정희의 '물질주의적 기능주의'와 '우남 이승만 끊어내기'가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를 거의 완전하게 단절시켜 놓은 상태였다. 또한 이 끊김에 의해 생겨난 공백에 김구 풍조와 조선-미화 풍조가 똬리 틀은 상태였다. 이같은 공허한 정신 지평에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이 파고 드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그게 1980년대 초에서 중반에 걸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이땅의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은 전통이 없다. 서양에서는 '지식'을 만들기 위해 중세 카톨릭체제에 대해 목숨걸고 도전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땅에서는 '지식을 먼저 배워오거나 복사해 오면 상류층이 된다'라는 출세-근성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땅의 먹물들은 비열하고 비겁하다. 그게 그들의 근성이다. 이를 알지 못 하면 요즘의 기자, 검사, 판사, 정치인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간첩이거나 간첩동조자인 것이 아니다. 그냥 "나의 지위, 영향력, 출세를 위한 최상의 선택'을 계속하는 중이다.

 

왜 친북*종북에 협조하는 것이 지위, 영향력, 출세를 위한 지평이 됐을까?

 

우리에게 [북한의 대량학살 전체주의 사교를 무너뜨리고 북한 주민을 존엄한 개인으로 부활시켜야 한다]라는 관점이 너무 미약했기 때문이다.

 

왜 미약했을까?

 

친북(=햇볕='북한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착각) 스탠스를 취하면, 세상이 안전하고 확실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량학살 전체주의 사교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삶이 불안하고 위태로와 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 친북은 강력한 마약이다.

 

게다가 DJ, 노무현, 문재인 등 대통령이 나서서 이 마약을 팔면 신뢰하고싶은 유혹이 더없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은 대량학살 전체주의 사교이다. 무너뜨려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은 '극우'로 치부되는 세상이 됐다.

 

친북(=햇볕)이 지배적 세태가 된지 이제 20년이다. 요즘은 좀 지배력이 약화됐다고 하지만, 지식층 대부분은 여전히 친북(=햇볕='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고 알콩달콩 지낼 수 있는 우리민족'이라는 망상)에 푹 빠져 있다. 지식인의 반역이다.. 문명에 대한 반역이요, 인류에 대한 반역이다.

 

한편으로는 기적적인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친북(=햇볕='북한도 사람사는 곳'이란 착각) 마약에 빠져 있다. 그 결과 지식인의 반역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가 됐다.

 

물질의 풍요를 계속 누리기 바라는 마음에서, '북한도 사람사는 곳이다. 그들은 알콩달콩 지낼 수 있는 우리민족이다'라는 착각을 (마약 중독자 처럼) 계속 삼켜왔다... 그게 우리의 심리 지평이다. 이같은 지평에서 지식층, 먹물들의 타락, 비열, 비겁은 가없이 증폭됐다.

 

절망일까? 희망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진실, 생명, 개인, 존엄, 부활, ... 이런 가치들을 옹호하기 위해 떨쳐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이 느닷없이 우리를 덮친다. 평양이 붕괴한다. 친북 마약, 햇볕 마약을 먹으면 (심리적 결단 없이도), 몸이 저절로 맹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이 우리를 덮친다. 그 상황에서..우리는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게 희망이다.

 

출처: 박성현(뱅모) 페이스북 2018.02.16

(이선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