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황병서 숙청] 애비(김정일)의 유산이 아들(김정은)의 무덤이다

배셰태 2017. 12. 15. 15:46

※(황병서 숙청) 애비의 유산이 아들의 무덤이다

 

오늘 폭스 뉴스가 "황병서가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다시 보도했다. 황병서가 숙청됐다면 이는 북한 체제가 안에서부터 주저앉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그 사정을 좀 들여다 보자.

 

김정일은 원래 후계자가 아니었다. 계모 김성애가 낳은 아이 (만년 폴란드 대사 김평일)가 후계자로 꼽혔다. 외삼촌 김광협(김일성의 동북항일연군 동지)이 김평일의 막강한 후견인...

 

김정일은 이같은 견제 속에서도, 60년대에 '혁명소조' 운동을 일으켜서 젊은 세대의 지도자가 됐다. 그 이후 애비에게 '유일사상체제'를 건의해서 관철시켰다. 이 체제의 첫 희생제물이 (계모의 오빠) 외삼촌 김광협이었다. 김정일은 [유일사상체제의 실행자]로서 권력을 무한 강화해 나갔다.

 

1980년대 초가 되면 김일성이 바지사장이 됐을 지경이다. 이무렵부터 북한 매체는 김정일을 '당중앙'이라 불렀다. 어떤 공산계 전체주의 체제에서도 2인자를 '당중앙'과 같은, '보통명사로 이루어진 극존칭'으로 부른 적 없다..

 

이렇듯 결기, 재능, 지능, 집념이 특출했던 김정일은 기묘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북한을 다스렸다.

 

1) 당을 무력화시켜 사실상 해체했다. 예를 들어, 당의 주요 집회가 안 열린지 수십년 된다.

2) '당 조직지도부'라는 울트라 수퍼 비밀경찰을 운영한다.

3) [직함이 있으면 실권이 없고, 실권이 있으면 직함이 없는 시스템] 을 만들었다. 나는 이를 명허암실(名虛暗實)이라 부른다. 이름(직함)은 바지(껍데기)가 챙기고,실권은 비밀경찰조직(당 조직지도부)이 가지는 시스템이다.

 

이런 방식으로 체제를 운영하려면 그 독재자가 엄청나게 영민해야 한다. 비밀경찰을 동원해서 세세한 것까지 모두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나는 그가 수천개의 이슈를 동시에 기억하고 처리하는, 초고성능 멀티-스레드(multi-thread) 병렬처리 뇌구조를 가진 인물이었다고 상상한다. 사실 이같이 뇌를 혹사시키면 사람 진이 빠진다. 나이도 별로 먹지 않은 김정일이, 진이 쪽 빠진 채, 불어터진 라면 몰골이 돼 버린 것 역시, 그 자신이 창출해서 운영해온 [명허암실] 시스템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김정은이 승계한 북한은 바로 이 명허암실 시스템이었다. 그로서는 이같은 [비밀경찰-멀티스레드]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조직지도부는 [이름(직함)을 맡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황병서를 양지로 내보냈다. 황병서는 당조직지도부의 대표선수이다...

 

황병서 숙청은 당조직지도부가 와해되고 있음을 뜻한다. [명허암실]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고 명실상부(名實相符)로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름(직함)을 가진 자가 그에 걸맞는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체제로 나아가는 중일까?

 

아니다. 그같은 순조로운 이행이란 없다. 명실상부는 [제법 그럴 듯 하게 돌아가는 관료주의 체제]를 뜻한다. 그거,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박정희 때에 틀이 잡혔다. 박정희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의 관료주의 시스템이 건설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조직지도부]라는 괴물 왕초가 제거된 북한은 어디를 향해 표류하고 있는 중일까? 끔직한 지평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각자 알아서 패거리 지어 서로 상대를 잡아먹는] 식인게임이 펼쳐지는 땅이 돼 가고 있다. 이제 북한의 권력집단은 상호-식인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어쩌면 이 진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지도...어쩌면 이미 진화가 일어났기에, 그 결과로서 황병서가 숙청된 것일 지도..

 

애비 김정일이 만들어서 물려준 희안한 시스템---당 조직지도부가 실권을 가지는 반면, 직함(이름)이 높은 자들은 허깨비 바지사장에 지나지 않는 [명허암실(名虛暗實)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 김정은이 그같은 시스템을 감당해서 운영할 만한 인물이 못 되기 때문이다.

 

애비의 유산이 아들의 무덤이다.

 

출처; 박성현(뱅모) 페이스북 2017.12.15

(이선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