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출시 1년…한국은 앱과 함께 깨어나고 잠든다

아이폰 출시 1년…한국은 앱과 함께 깨어나고 잠든다

매일경제 경제  2010.11.21 (일)

 

6은행업무ㆍ문서작업도 스마트폰으로
SNS 확산…매경 스마트폰 앱 53만 넘어

 

 

"아이폰으로 메일 쓰고 인터넷 검색하다 보니 이제 PC를 잘 안 써요. 트위터나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도 자주 쓰게 됐고 은행 거래도 모바일로 합니다." 양현미 KT 개인고객전략본부장(전무)은 아이폰 사용 전후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표현한다. 양 전무는 아이폰 8개 화면을 꽉 채울 만큼 다양한 앱을 내려받아 쓰고 있다. 쇼 고객센터, 아이트렌드, 음악 앱 등을 활용하고 윤동주 시나 이효석 소설 등을 이동 중 앱으로 내려받아 읽으면서 감성을 충전한다.

위젯 제작업체인 위자드웍스 표철민 사장은 버스로 이동하면서도 PC에서 하던 작업을 스마트폰에서 계속하고, 결제 대금을 송금한다.

1년 전인 2009년 11월 28일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후 한국인 모바일 라이프는 `앱 라이프`로 바뀌었다.

아이폰 가입자는 16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등장한 삼성전자 갤럭시S 등을 포함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은 벌써 6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매일경제를 시작으로 미디어들이 앱을 속속 내놨으며, 백화점, 은행, 게임사 등이 아이폰 앱을 출시했다.매일경제는 국내 최초로 아이폰 앱 다운로드 수 33만명을 포함한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53만명(21일 기준) 시대를 열었다.

모빌리언 생활상이 먼저 변했다. 알람 앱을 설정해 아침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어나고, 앱을 터치해 날씨를 확인하고, 출근길에 유명 인사 명연설을 영어로 들으면서 동시에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잠잘 때는 앱을 열어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잠든다.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스마트폰과 궁합이 딱 맞았다. 한국인 소통 방식과 미디어 모습을 바꿨다.

서울 기습 폭우 때 SNS를 이용해 실시간 뉴스와 동영상을 전하는 모습은 뉴스 제작자와 오디언스 간 협업의 전형을 보여줬으며 기존 미디어를 위협하고 나섰다.

연세대 강정수 박사는 "소셜네트워크가 앞으로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또 SNS가 확산될수록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는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문제가 생겼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변화다. 생활 속에 뿌리내린 앱 문화는 이통사가 지배하던 권력을 콘텐츠 개발사로 이전시키는 기능을 했다. 창의력 있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자가 혼자 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 초석을 만든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이동통신 3사 모바일 트래픽은 최대 네 배가량 늘었다. 이는 데이터와 동영상 이용이 모바일에서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주고받고 유튜브 등에 올리면서 대용량 동영상을 폰에 저장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클라우드(서버에 정보를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도입 2주년을 맞는 내년은 모바일 클라우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본다.

셋째, 규제 개혁 등 `개방` 확산이다. 아이폰 출시로 인해 한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든 모바일 산업 규제가 대폭 풀렸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위피ㆍWIPI)이 폐지되고, 위치정보 수집(위치정보사업자 허가)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에서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규정도 사라졌다.

`포스트 아이폰`은 무엇일까.

모바일과 PC 경계선에서 태블릿PC가 어떤 구실을 할지, 글로벌 IT기업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일 모바일 클라우드가 어떻게 진화할지, 삼차원(3D) 기술과 중력센서를 이용한 동작인식 기술이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될지 관심사다.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점하는 자(First Mover)가 되는 게 한국 모바일 업계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