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EU FTA 서명, 미·중·일에 지렛대로

배셰태 2010. 10. 9. 10:48

<사설>한·EU FTA 서명, 미·중·일에 지렛대로

헤럴드경제 칼럼 2010.10.07 (목)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6일 공식 서명, 양측은 발효 마지막 절차인 국회 비준에 들어간다. 지난 2007년 5월 협상 개시 이래 3년6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는 유럽연합 27개국으로 경제적 영토를 넓힌 데다 국내총생산(GDP) 16조4000억달러의 세계 1위 경제권을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선점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더욱이 지지부진한 미, 일, 중 FTA를 자극, 생각보다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지난해 EU와의 교역 규모는 788억달러, 수출액 466억달러로 모두 미국을 능가한 데 이어 무역수지 흑자도 144억달러에 달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줄 게 분명하다. 당장 GDP와 수출이 3%, 5% 늘어나고 고용창출 효과는 3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공산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공산품 수출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코트라가 유럽 현지 342개 바이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가 한국 수입물량을 늘리거나 수입처를 한국으로 바꾸겠다고 응답한 데서도 우리 수출효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진출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EU 강세 품목인 기계류, 정밀화학, 원료 등을 값싸게 수입, 대일 수입대체 효과를 기할 수 있다. 당장 와인, 가방, 구두, 화장품 등 다양한 유럽 명품을 싼 값에 구입할 소비자 혜택도 적지 않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어제 비준동의안의 신속 처리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대치의 반영이다.

 

하지만 내년 7월 1일 한ㆍEU FTA가 실제 발효된다 해서 저절로 수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무역장벽인 원산지 증명 대처 여부에 따라 자동차부품, 타이어, LCD, 디젤엔진, 석유수지, 플라스틱 등의 수출이 달라질 것이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중소기업도 틈새시장 공략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심한 시장접근방안과 품질경쟁력이 요구된다. 기술 표준 및 환경 규제에 대응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에게 민감한 농축산업 피해 최소화에도 주력해야 한다. 체계적인 대국민 홍보로 야당과 좌파성향 단체가 또다시 발목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타결을 지렛대 삼아 한ㆍ미 FTA를 앞당기고 중국, 일본 등과 이를 조기에 매듭 짓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무역대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