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칼럼] 북핵·지진만 불안한 게 아니다
조선일보 2016/09/29 강경희 논설위원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6092803405&d=2016092803405
북핵 때문에 머리 위가 뒤숭숭하다. 지진 때문에 발밑도 뒤숭숭하다. 그보다 더 뒤숭숭한 건 우리 사회 돌아가는 걸 지켜보는 국민 마음속일 것 같다. 사회 각 부분에서 변화와 혼란과 소음이 뒤섞이는데 과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적 진통인 건지, 무질서와 무능력의 절망적 도돌이표인 건지, 확신이 잘 서질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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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라고 대한민국 역사에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하는 시기의 시대적 소명은 특히나 분명해 보인다. 대북 문제나 외교 같은 밖의 변수는 접어두고, 안으로 시선을 고정하면 박 대통령 임기는 경제·사회 체질을 바꿔야 하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마지막 골든 타임과 겹친다.
청장년처럼 달려온 한국 사회가 2018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 사회가 돼 개혁이 더더욱 힘든 사회가 된다. 이때부터는 인구가 줄어 경제 성장에서 인구 덕을 보던 '인구 보너스' 시대가 막 내린다. 일할 청년은 줄고, 먹여 살려야 하는 고령 인구는 늘어나 나라 곳간 채우기도 더 힘들어진다. 채 회복되지 못한 글로벌 금융 위기의 그림자는 10년 가까이 드리워져 한국 경제를 탈진시키고 있다. 고도성장 시절 몸에 익은 경제 문법을 확 바꾸고, 누적된 비효율과 부실을 걷어내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공정한 경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칙을 심는 진통이라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박 대통령은 이런 시대적 소임에 맞는 캐릭터다. 나라 걱정하는 애국심도 남다르다. 그런데도 어째 국정은 소란스럽기만 하고, 성과는 잘 나타나지 않으며, 국민들 걱정과 피로도만 높아지는 것일까.
몇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첫째로 "원칙대로"란 소신이 꽃을 피우려면 그 원칙은 사회 전체에 골고루, 그리고 투명하게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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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실력, 즉 프로페셔널리즘이 성패를 가른다. 우리 사회의 관행을 바꾸는 개혁과 구조조정은 '경제적 수술'이요, '사회적 지진'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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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로부터 시작돼 막스 베버로 이어지는 서구 현실주의 정치 사상에서는 정치 윤리를 개인 윤리 차원의 선악과 구분 짓는다. 개인 윤리에서는 좋은 의도라면 설사 예기치 않게 나쁜 결과를 가져왔어도 '정상 참작'이 된다. 하지만 정치 윤리는 좋은 의도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좋은 의도였어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력이 부족해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면 그건 미덕이 아니라 악덕으로 여겨진다. 정치는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과감한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하면 그 어떤 문제도 능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한뜻으로 단합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건 원칙도 제각각, 원칙을 관철하는 능력도 어설퍼 흡사 지진 나는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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