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한국, 내우외환...밖으로는 안보상의 문제, 안으로는 정치적 내홍

배세태 2016. 9. 28. 07:57

[김대중 칼럼] 내우외환(內憂外患)

조선일보 2016/09/27 김대중 고문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6092602870 

 

이런 걸 가리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나라 사정이 꼭 그렇다. 밖으로는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안보상의 문제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안으로는 정치적 내홍(內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나마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그것이 더 문제다.

 

북한의 핵무장은 5차 핵실험을 넘어 수소탄,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유엔 총회연설에서 북한은 어느 경우도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전 세계에 공언했다. 우리가 무슨 '비핵화' '전술핵' '핵 동결' '유엔 제재' 운운하며 아무리 떠들어도 북한의 가는 길을 되돌릴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의 안보는 이제 북핵을 기정사실로 보고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도 그 방향으로 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자 국제면 톱기사에서 김정은은 결코 '이성을 잃은 미친 사람'이 아니며 그의 핵무장은 북한을 붕괴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계산되고 이성을 잃지 않은 행동'이라고 새로이 평가했다. 그래서 그의 '합리성'이 오히려 위험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20일 자 1면 기사로 사람들은 김정은이 허약하며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평가이며 그는 오히려 '노련한 독재자'라고 재평가했다.

 

미국 주요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두 가지 분석을 가능케 한다. 그를 심각하게 상대해야 하는 만큼 북한을 달래서, 즉 협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하나이고, 그러니 아예 지금이라도 강하게 눌러야 한다는 것이 둘이다. 때마침 보도된 퓨리서치 등 미국 여론조사 결과는 한반도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에 찬성하는 여론(47%)보다 반대(49%)가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의 대외 개입 축소 정책에 따라 한국의 안보는 어쩌면 치명적 손상을 입을는지도 모른다.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대외 문제에서 앞으로의 미국은 어제의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쓸모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재래식 또는 대칭 무기에만 매달리며 서로 예산 따내느라 야단법석이다. 우리는 함경도 지역에 유례없는 홍수가 났는데도 거기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유도탄 추진제 점화 실험을 참관한 김정은을 비난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한국식 포퓰리즘에는 관심이 없는 듯 오로지 미사일과 핵에 전념하고 있다.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눈을 우리 내부로 돌리면 우리의 정치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 나라 밖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모든 경제지표는 외환위기 때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지진 민심도 예사롭지 않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정치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장관 한 사람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야권이 치고받는 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손에 총이라도 쥐여주면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두렵고 불안하다.

 

<중략>

 

미국에서 미 해군정보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 스파이란 의혹을 받아 복역하고 나온 로버트 김씨는 며칠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과 관계에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한국이 한국을 둘러싼 세상의 움직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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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참고요]

■'미치광이 전략'에 충실한 북한 김정은

한국경제 2016.09.22 오형규 논설위원

http://blog.daum.net/bstaebst/18554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미치광이나 폭군으로 간주된다. 과연 그는 미치광이일까. 최근 외신들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미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이성적” 이라고 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김일성을 따라하는 노련한 독재자”라고 규정했다. 이런 시각은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김정은은 어떤 게임을 벌이는 것일까. 그의 입장에서 위협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상대방에게 각인하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 호전성, 잔혹한 숙청을 통해 김정은은 스스로 ‘또라이’임을 인증했다. 지난 20여년간 북한은 수시로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고 잊을 만하면 핵·미사일 실험의 연속이었다. 소위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이런 전략도 자꾸 반복하니 약발이 떨어졌다. 국제사회는 한동안 ‘무시 전략’으로 대응했다. 관심병 환자 요리법은 아예 관심을 끄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떼쓰듯 핵실험 주기가 짧아지고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을 키우려 한다. 문제는 미국의 인내심이다.[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