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한국형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난제’
경향신문 2016.09.13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131851005&code=990100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고 왔던 산업체제가 동요하고 있다. 조선·해운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가운데, 시스템의 무능, 부패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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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4차 산업혁명이 과연 ‘혁명’인가를 짚어보자. 경제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산업혁명이 혁명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4차 산업혁명은 통상 디지털 기술, 로봇, 유전학, 3차원 프린팅,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의 분야에 집중된 최근 기술진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혁명적 진전이 디지털 기술에서만 이루어진 것인지, 바이오·나노 기술 분야도 포괄할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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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한국의 산업 현실에 뿌리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종래의 산업혁명 연구도 처음에는 증기기관 혁명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가 점차 국내외 시장 및 사회적 변동과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된 바 있다. 기술융합과 생산성 증가에만 주목하는 것은 기술 일변도, 공급 중심의 논의에 국한될 수 있다.
한국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산업구조조정의 과제 해결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계적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중 제조업 비중은 31%였다. 제조업 5대 강국을 보면, 중국 30%, 미국 12%, 독일 23%, 일본 19%, 이탈리아 15%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지만, 국가 및 대기업 집단의 경제외적 영향력이 강하고 부패와 불공정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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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세계시장 조건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은 중국·미국·일본을 연결하는 국제 분업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조립하여 최종재를 수출하는 조립형 산업화의 길을 밟아왔다.
여기에서 일본을 부품소재의 공급지로, 중국과 미국을 수출시장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외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재균형’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도 수출시장 축소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국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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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체제에서는 기술실업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중간재 제조에 관한 숙련 축적이 미약한 조건을 대규모 설비투자에 의해 돌파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로봇을 기반으로 한 공정 자동화와 IT 기반의 모듈화가 급속히 진전되었다.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단연 세계 1위 수준인데, 세계시장 조건의 악화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하여 기술실업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보통 기술실업의 대책으로 교육 투자, 인프라 투자와 공공 근로사업, 노동시간 단축, 기술자산 소유제도 개선 등이 거론된다. 또한 복지제도 확충, 기본소득 도입 등도 보완책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처방은, 4차 산업혁명을 기술실업을 흡수하는 사회혁신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포용적인 4차 산업혁명 모델을 집합적으로 구성해 가는 새로운 산업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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