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미래 지도엔 개인의 역사와 정보가 그려진다
시사저널 2016.08.27 강장묵 고려대 정보창의교육연구 교수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57108
미래에는 기억과 체험을 지도에서 검색하게 될 것
1800년대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그렸다. 2000년 구글과 다음은 온라인 지도를 그렸다. 2030년 우리는 어떤 지도를 그릴까. 이 답을 구하기에 앞서, 2030년 미래 청년 J군의 일상을 먼저 들여다보자.
2030년 J군이 아침마다 달려가는 ‘달나라 스터디 카페(moon study cafe)’에는 녹슨 철제 대문을 눕힌 책상이 있다. 이 책상은 J군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자, 작업장이다. J군은 어려서부터 이 카페의 철제 책상에서 울고 웃었다. J군은 이곳에서 지인을 즐겨 만나는데, 약속 장소로 공유하는 지도 속에는 위치뿐만 아니라 즐겨 앉는 책상과 소파의 위치, 그리고 이동 경로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일반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낸 체험과 기억의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분석·활용하는 데 핵심 기술인 양방향 인터페이스와 빅데이터 콘텍스트(context)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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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지도에서부터 섹스 지도까지
J군이 지리 도면을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지도 회사는 이를 API(application protocol interface)로 제공했다. 3D와 4D로 얻는 지도 정보에는 이용자들의 체험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다. 누구를 만났고, 무슨 대화를 나누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그려놓은 지도는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좌표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J군이 사랑한 장소이자, 지금 사랑하는 R양과 첫 키스를 한 그 소파와 책상은 구글과 다음의 지도 위에도 표식이 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미래 지도 위에는 개인화된 기억이 서사적으로 펼쳐진다. 미래 지도에는 ‘언제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어디에서’ 먹었고, ‘누구를 어디에서’ 만나 사랑을 고백했는지, 그 ‘어디(where)’가 펼쳐진다. 미래 지도는 나의 지도(개인화 서비스)이자, 집단의 지도이자, 역사의 지도로 변천한다. 그 원천기술은 나, 집단, 국가의 문맥(context)을 읽어내고 분석하는 인문학적 해석 능력과 자율성까지 갖는 빅데이터가 존재한다.
J군은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둔 채 집 밖을 나선다. 한참 후에 자신의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J군은 길을 걷다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J군은 스마트 손목시계를 켜고 지도 검색을 한다. J군 소유의 사물(책상·걸상·볼펜·스마트폰·옷 등)들이 검색된다. ‘사물 지도’(IoT map)를 보니, 집의 책상 위에 스마트폰이 얌전하게 놓여 있다. 비로소 J군은 안심하고 가던 길을 걷는다.
이처럼 2030년 미래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이름이 부여된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됨)이 보편 서비스가 되면서, 사물에 네트워크 주소(IP address)가 생기고 이름(도메인 네임)이 붙여졌다.
사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서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관공서에서 영화관에서 사물은 우리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사물 지도는 사물과 이용자 간의 관계지도이다. 즉 2010년대에 친구 간의 관계 기반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 유행했다면, 2030년에는 사물 간의 관계 네트워크, 즉 ‘사물북’이 공전의 히트를 친다. 사물북은 지도 위에 사물과 이용자의 관계, 그리고 경험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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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무렵, 지리 시간에 배운 모든 정보(산·바다·호수·강·건물·도로·집·동서남북·위경도·고도·교통정보·대중교통 등)는 이미 지도 속에 들어왔다. 2030년에는 드론 지도가 그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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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도발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회사인 ‘우아한 언니들’은 섹스 지도 를 그린다고 선언했다. 섹스의 기억과 역사를 담고 그 은밀한 지도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섹스의 기억은 개인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 가면, 카페 건물이 들어서기 전 권력자의 밀실로 이용되었던 ‘안가’였다는 사실과 그 관련 정보가 주루룩 등장한다. 이에 관한 기사부터 역사적 사실까지 지도 위에 더해지는 정보인 셈이다. 지도는 위치 기반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창이다.
지도 위에 스토리 덧입혀 개인화 서비스 구현
미래에는 기억과 체험을 지도에서 검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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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적인 개인과 공적인 지도가 결합해, 개인의 몸속 장기 지도부터 부모·조부모가 자주 방문하시던 음식점 지도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토대 위에 개인의 일상부터 조상에 대한 기억, 그리고 사회와 지역의 이야기가 가득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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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요약]
■[지도 전쟁] 제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름할 열쇠는 지리 데이터
중앙일보 2016.08.03 이정재 논설위원
http://blog.daum.net/bstaebst/18211
축척 5000대 1..이 지도에 건물·지하철·가스관·교통량 등의 정보를 추가하면 초정밀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가 된다. GIS 데이터를 조금 손질하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강력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지도를 쥐는 자, 21세기를 쥘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글이 2011년엔 도로명 새주소 데이터를, 지난 6월에 다시 GIS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구글 생태계는 이미 대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무인차·사물인터넷 같은 갖가지 신산업들이 구글을 통하면 쉽고 빠르지만, 구글을 통하지 않으면 어렵고 막힌다. 구글은 지도를 내주는 것이 ‘관광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등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세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 생태계에 올라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름할 열쇠는 지리 데이터다. 지도는 내줘도 좋다. 그 지도로 만들 세상까지 내줘선 안 된다. 거기에 우리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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