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 시시각각] 재벌은 어떻게 해체될 것인가
중앙일보 2016.07.25 이철호 논설실장
http://mnews.joins.com/article/20352100
2012년은 기억해야 한다. 그해 131년 역사의 코닥필름이 파산했다. 한달 뒤 페이스북은 사진공유 업체인 인스타그램을 1조원에 인수했다. 코닥의 직원은 14만5000명이었고, 인스타그램의 직원은 고작 16명이었다.
또하나 수수께끼 같은 마법이 있다. 미국에서 월마트(220만 명) 다음으로 직원이 많은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배송창고에는 23만 명이 일한다. 그런데 아마존이 2012년 7억7500만 달러를 쏟아부어 신생 로봇업체인 키바를 인수한 이후 종업원 수가 늘지 않았다. 대신 배송창고의 키바 운반로봇이 3만 개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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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찔한 속도로 바뀌고 있다. 미국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의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을 대신했다면 이제 디지털 기술이 정신노동을 대체하는 제2의 기계 시대가 왔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디지털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붐에 대해 “5억 4200만 년 전 갑자기 수많은 생명체가 출현했던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에 비유된다”고 했다. 이들 신생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 기존의 공룡 대기업들을 물어뜯으며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의 탄생이다.
비단 정보기술(IT) 분야만 아니다. 미국의 은행들은 신생 핀테크들에게 온 사방에서 정신 없이 물어뜯기고 있다. 대출은 간편대출의 렌딩클럽·온덱 등이, 자산관리는 낮은 수수료로 로봇이 소액 자산을 관리해주는 웰스프런트·퍼스널캐피털 등에게 도전받고 있다. 미국은 자유방목형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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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국 테슬라나 중국 BYD의 전기차뿐만 아니다. 엔진효율, 자율주행, 배터리, 사고 수리 등 분야마다 수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덤벼들고 있다. 작고 혁신적인 벤처들이 거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체(Unbundling)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 최대의 배송업체인 페덱스도 수많은 긱(Gig) 스타트업들에게 물어뜯기고 있다. 우버는 택시뿐 아니라 배송까지 눈독을 들이고, 도어 대시는 음식 배달로 6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일궜으며, 십(Shyp)은 현장을 방문해 포장부터 배송까지 대행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굴뚝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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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성그룹이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해 기업 문화를 혁신하자는 컬처 선포식을 가졌다. 호칭을 ‘님’이라 부르고 반바지를 입자는 대목만 도드라져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미국에서 벌어지는 대기업 해체 흐름을 보면 누구나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인위적인 경제민주화로 이 땅의 재벌들이 해체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제2 기계 시대에 수많은 국내외 스타트업들의 도전에 의해 해체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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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량생산 시대는 가고 다품종소량생산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 기업도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접어들면서 재빨리 진화하는 작은 몸집의 포유류만 살아남았고 공룡들은 멸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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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도서]
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 출판사 청림출판 | 2014.10.14
http://blog.daum.net/bstaebst/13232
[책소개]
책소개『제2의 기계 시대』는 우리 삶과 경제를 재창안하는 추진력이 무엇인지를 밝혀낸다. 정보경제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들은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계가 인간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지능을 갖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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