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유럽 균열보다 더 큰 공포는 세계 부채 과잉
조선일보 2016.07.02 런던=유한빛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01/2016070101818.html
[Cover Story] 아데어 터너 前 영국 금융감독청장이 보는 브렉시트·글로벌 경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중간 크기의 위험에 불과합니다. 브렉시트 때문에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증시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단기에 그칠 겁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영국과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테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올 만한 사건은 아닙니다."
'브렉시트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은 유럽에서 금리정책을 정상화할 여력을 가장 먼저 회복한 나라로 꼽혔다.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영국은 최근 3년 동안 평균 2%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3일(현지 시각)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진영이 51.9% 대 48.1%로 승리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공포를 몰고 온 진앙이 됐다.
영국에서 손꼽히는 국제경제·금융 전문가인 아데어 터너(Turner·61·사진) 신경제사고연구소(INET) 운영위원장을 런던 사무소에서 만났다. 곱슬거리는 백발의 터너 위원장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노트북으로 일하던 중이었다.
<중략>
對 영국 투자 감소 크지 않을 것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52% 대 48%로 브리메인(Bremain·영국의 유럽연합 잔류)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는데,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가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득표율 자체는 50대50에서 몇 %포인트 차이 날 뿐이니까요. 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유권자, 전체 투표자의 52%가 왜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는지가 중요합니다. 자본과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로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은 영국인들이 받은 불이익이 상당하고, 이들은 EU를 통해 누리는 혜택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은 이런 상황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열기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열풍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 득표율이 더 높았던 이번 투표 결과를 봤을 때, 그가 미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는 우려스럽습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략>
'빚의 함정'에 빠진 세계
―영국과 EU가 경제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중략>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에도 큰 악재입니까.
<중략>
―그렇다면 현재 세계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금리 수준이 낮으니 빚을 내기 쉬운 '빚의 함정' 내지는 '부채 과잉'에 빠진 겁니다.
가장 심각한 건 신흥국의 기업부채 문제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중국·브라질·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미 달러화로 표시된 회사채 발행량이 급증했습니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거나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됐을 때, 달러 표시 채무가 많은 신흥국 기업들 상당수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의 신용공급 확대 정책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둔화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려 투자와 건축 붐을 일으켰지만, 기업부채가 지나치게 급증했어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50%에 달합니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5년 정도 더 신용확대를 용인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본시장 자유화가 진행된다면, 2022년쯤엔 중국발(發)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중략>
터너 INET 운영위원장은 부채 과잉이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고, 부채 의존도를 낮춘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빚이 늘어나는 원인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있으며, 이는 언제든지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현대 경제는 신용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 경제는 실질성장률 2~2.5%에 물가상승률 2~2.5%를 더해, 연평균 5% 안팎(명목성장률 기준) 성장했습니다. 이 기간 민간 부채는 해마다 10~20%씩 늘었습니다. 이런 불균형이 누적되면 결국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고, 경기 침체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해법은 무엇입니까.
"빚을 늘리는 근본적인 원인인 경제 불평등의 심화, 부동산 시장의 과열, 국제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중략>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에서는 산업 구조 조정도 화두입니다.
"한국의 경제 구조를 보면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과 철강·조선 같은 중공업이 큰 축을 구성합니다. 중공업은 설비 과잉 문제가 있을뿐더러 기술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한국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중공업이 고용 창출 등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질 것이란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중공업 산업 구조를 자본집약적으로 바꿔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겁니다. 한국은 소득 중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인 만큼 자본을 투입해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할 여력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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