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테슬라
머니투데이/테크엠 2016.04.28(목) 최호섭 칼럼니스트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2018
미국의 대표 전기차 테슬라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온다. 테슬라는 지난 3월31일, 값을 크게 낮춘 모델3를 발표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그 안에 우리나라가 포함됐다.
벌써부터 자동차 시장이 들썩인다. 타 본적도 없는 차량에 1천 달러를 걸어야 하는 예약 판매는 단 하루만에 20만 대를 채웠고, 1주일 만에 40만 대를 돌파했다. 지금도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여러 산업이 테슬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 자동차라는 관점에서 환경과 배터리 충전 인프라가 이야기되고 있고, 센서와 소프트웨어 업계도 테슬라를 통한 시장 확대에 기대가 크다. 자동차 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먼 이야기인 것만 같던 전기차가 순식간에 코앞에 다가왔다.
전기차는 모터로 가는 차?
시장에는 이미 여러 전기차가 나와 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섀시를 그대로 쓰고 구동 기관만 전기로 바꾼 형태를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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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테슬라는 어디에 넣어야 할까? 사실 꽤 애매하다. 테슬라를 언뜻 보면 기존 차량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테슬라는 내연기관 차량이 아예 없기 때문에 뿌리부터 전기차를 위해서 만든 차량이다. 게다가 테슬라가 다른 차량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분은 달리기보다 통신과 소프트웨어에 있다.
테슬라를 처음 타봤을 때는 ‘전기차’라는 점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차량에서 내릴 때는 ‘태블릿에 연결한 자동차’라는 말이 더 와 닿았다. 대부분의 내부 UX들은 기존 차량이 갖고 있던 버튼식이 아니라 터치 스크린으로 대체되었고, 차량의 소프트웨어는 모두 상시 연결된 셀룰러 네트워크를 통해 살아있다.
길 안내는 구글 지도에 실시간 교통 정보를 더했고, CD와 전파를 이용하던 FM라디오는 스포티파이(Spotify)같은 인터넷 라디오가 대체한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는 언제든 인터넷으로 업데이트되고, 앱 마켓을 통해 자유롭게 내려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테슬라의 중심은 차량 한 가운데에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라는 말이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IT가 아니라 IT를 기반으로 이동 수단에 변화를 준다는 쪽에 가깝다. 전기차는 전기로 가는 자동차라는 사전적인 의미도 있지만, 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빛내주는 것은 결국 모바일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다.
인터넷과 소프트웨어가 바꾸는 자동차
테슬라에 먼저 놀라는 것은 전기차만으로도 사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지만, 점차 이 회사와 차량이 세상에 주는 메시지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상품성을 결정한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UX가 바뀐다거나 앱이 추가되는 정도가 아니라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 소프트웨어들은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역할과 가치에 따라 상품화되고 있다.
플랫폼이 컴퓨터와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달라졌을 뿐 테슬라에게 차량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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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슬라가 발표한 ‘자율 주행 모드’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상품 가치를 결정하는 이정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자율 주행은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해 기존 차량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제공하기로 했다. 게다가 기존 기능처럼 무료 업데이트가 아니라 3천 달러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기존 자동차 업계와 전혀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제한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하고, 추후 기능 업데이트에도 비용을 받는 식이다.
결국 자동차도 하나의 하드웨어일 뿐이고, 그게 어떻게 작동할 지는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그리고 이 차량은 늘 인터넷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접근 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차량을 해석하는 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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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패러다임, 모터일까 소프트웨어일까
기존 자동차 업계가 당장 기존 시스템을 버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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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전기차는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그저 흘려들을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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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기차의 주도권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정통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을 적절히 잘 짜 맞추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빠른 중국이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쥘 수도 있다. 모터, 배터리 등의 부품은 개방되어 있으니,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 차별점을 갖추는 기업들이 힘을 받는 것이다.
컴퓨터가 결국 전 세계 기업들의 춘추전국 시대를 겪다가 인텔과 MS의 PC로 자리 잡고, 그나마도 이들 기업이 정한 표준으로 상향평준화된 현재 상황을 떠올려보자.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와 ARM으로 평준화되면서 이 시장의 주도권이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처럼 지켜보기는 어려운 게 지금의 자동차 시장이다.
결국 내연기관 시대에 세워진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 중심의 패러다임은 아주 냉혹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전히 섀시의 완성도와 모터, 배터리 기술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서로 엇비슷한 파워트레인에 소프트웨어들이 차별점을 주는 구도로 바뀔 것인가에 대한 시험 말이다.
약간의 힌트는 찾은 것 같다. 테슬라에 대한 기대가 모터의 힘이나 연비, 환경, 브랜드에서 시작한 것인지를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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