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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 단계(호기심→대리만족→현실 탈출)와 똑같은 IT 발전경로

배셰태 2016. 4. 21. 12:53

[IT 칼럼]인터넷 중독 단계와 똑같은 IT 발전경로

주간경향 2016.04.18(월)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604181621121&code=116

 

서울시에는 아이윌센터라는 인터넷 중독 예방 상담센터가 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로 꾸며 놓고 스마트폰에 빠진 이들을 현실로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을 행정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독이라는 표현은 독성에 의해 기능이나 판단에 장애가 생긴 상태에 보통 쓰이는데, 인터넷에 이 단어를 쓰는 것에 위화감이 들어 이 센터의 홈페이지를 살펴 보니 첫 페이지부터 흥미로운 설명이 있었다. 그것은 인터넷 중독의 단계를 1단계 호기심, 2단계 대리만족, 3단계 현실 탈출로 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그런데 색안경을 낀 설명만 배제한다면, 각 단계는 개인이 아닌 인터넷 전체의 발전 경로를 나타내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되어 대리만족을 제공해준 인터넷은 현실이 제공하지 못했던 대안 세계마저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IT 트렌드로 누구나 손꼽고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체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제공해줄 것이고, 그 시도가 성공한다면 생생한 현실의 대안이 눈앞에 만들어질 것이다. 대개 이런 식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4월 12~13일(현지시간)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대회 F8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향후 10년 로드맵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페이스북

 

대신 종래의 생활 속에서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이어질 수 없었던 것들이 이어지면서 세상사의 새로운 갈등 해소 구조가 만들어지고, 일방적이고 상의하달의 사회가 쌍방향의 소통형 사회로 변해가는 식이다.

 

개성과 차이는 있지만 IT의 힘, 기술의 힘이란 결국 호기심, 대리만족, 현실 탈출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중략>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페이스북은 이번 4월 12~13일(현지시간) F8이라는 연례 개발자 행사를 개최하며 미래 전략을 선보였다.

 

<중략>

 

페이스북의 사시(社是)는 사람들이 서로 더 이어지면 더 좋은 세계가 펼쳐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을 이어 놓으려 한다. 그리고 그 이어짐을 분석하려 한다. 그간 웹에 흩어져 있던 콘텐츠마저 자신 안으로 끌어들여 더 이어지기 쉽게 하려 한다. 지금의 인터넷마저도 대리만족이나 현실 탈출의 발판이 되기에는 효율적이지 않으니, 새로운 틀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해왔던 지금까지의 가두리 양식 구조를 보면 그냥 세계판 네이버 같은 것이겠거니 했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정말 우리의 삶 자체를 둘러싼 거대한 시뮬레이션 기계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은 어른이 되어도 마음 둘 곳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전통적 울타리를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불확실성, 마음 둘 곳을 찾기 힘들기에 오늘도 좋아요를 누르고 채팅창을 연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사회는 오늘도 또 어떤 방향으로든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이를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