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인공지능 혁명] ‘세기의 대국’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알파고 모멘텀”

배셰태 2016. 3. 14. 12:53

‘세기의 대국’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알파고 모멘텀”

조선일보 2016.03.14(월) 류현정/강인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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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이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호모 사피엔스'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통찰과 직관을 인공지능(AI)이 흉내내는 것을 넘어서 인간 최고수를 넘어서는 일대 사건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

 

이 9단의 3연패는 끝모를 허탈감과 곧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한 공포를 안겨줬고, 벼랑 끝에서 거둔 그의 짜릿한 첫 승은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게 만들었다.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혁명의 실체를 전 국민이 온몸으로 느꼈다.

 

이번 세기의 대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에 찾아온 뜻밖의 ‘모멘텀(momentum)’이 될 수 있다. 이번 대국이 단순한 이벤트에 머무느냐, 한국사회에 의미있는 불씨를 제공하는 알파고 모멘텀(AlphaGo Momentum)으로 작용하느냐는 이젠 우리의 몫이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진행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4국에서 첫 수를 우상귀 화점에 놓고 있다. / 사진 구글 제공

 

◆ 온몸으로 실감한 인공지능의 위력…AI도 창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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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인공지능이 지닌 잠재력에 놀랐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도 알파고의 학습 한계를 모르겠다”면서 “그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대국을 마련했다”고 수차례 말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알파고는 다 알려진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무작위 시뮬레이션)과 딥러닝(여러 개의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기계학습법)으로 만들어졌는데, 기술 자체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기술이 만든 결과가 충격적”이라면서 “이번 대국은 인간이 도맡아온 고품질의 업무에 인공지능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제 인공지능의 위력을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암 진단, 환자 문진, 약 제조, 펀드 운용, 자산관리, 회계, 변호 업무 등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으며 로봇이 쓴 기사와 소설, 논문이 등장하고 있다.

 

◆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사수해야 하나…던져진 또하나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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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백)과 알파고(흑)의 4국 기보 /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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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을 감당할 준비는 돼 있나…알파고 모멘텀 만들어야

 

뇌과학 전문가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 바둑계의 충격은 인공지능 사회가 줄 충격의 시작에 불과하며 월가에서도 이 못지 않은 충격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18세기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해 영국 산업 혁명을 촉발한 지 300년 만에 기계가 고급 지식 노동자를 대체하는 또다른 대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세기 일본이 조선보다 20년 앞서 개항해 결국 조선을 지배하고 열강이 됐던 사례처럼 새 패러다임의 순간에서 우리가 앞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순간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미래 사회의 도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중·고교 시절 전교 1등, 수능 성적 상위 0.1% 이내 인재들의 대부분은 의대로만 몰린다.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젊은이들은 도전하기보다는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데 사활을 건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 입사 경쟁률은 33대 1이었고, 올해 공무원 9급 경쟁률은 54대 1이었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소프트웨어(SW) 분야에는 우수한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는 “현재 한국의 세계 SW시장 점유율은 0.8%다. 이 부끄러운 현실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는 한국의 현주소를 이번 기회에 직시해야 한다”면서 “기계과 인간의 승부에 일희일비하는 현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시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전광판에서 나오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4국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구글 제공

 

TV에 나온 한 바둑 전문가는 “기계는 인간이 어려워하는 계산을 능숙하게 하고 인간에게는 쉬운 것은 어려워한다는 데 알파고를 보면 그렇지도 않네요”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자 한스 모라벡이 말한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Hard problems are easy and easy problems are hard)’는 모라벡의 역설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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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컴퓨터공학에 대해서 특히 무지했고, 관심도 없을 뿐더러 투자도 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파고가 이 9단에 승리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지면서 인공지능이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이제라도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5~6개월 만에 일취월장했다고 하지만 딥마인드가 지난 4~5년을 알파고를 준비했고, 거기에 구글이 10여년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컴퓨터 처리 기술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