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로봇시대 일자리 박탈, 개도국이 더 위험
한겨레 2016.02.19(금) 곽노필 기자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5&oid=028&aid=0002307602
http://www.hani.co.kr/arti/economy/it/731198.html
싼 인건비 강점 사라져…선진국 기업 본국으로 U턴
산업화로 고도성장 기회 잃어 ‘부익부 빈익빈’ 심화
지난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선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5년간 15개국에서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의 일자리 박탈 문제는 사실 산업혁명 초기부터 지속돼온 해묵은 이슈다. 산업혁명 초기라 할 수 있는 1811년에 이미 영국 직물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데 이어, 대공황 와중에 있던 1930년엔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기술적 실업’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다. 당시 케인스는 “우리는 지금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듣게 될 이 병의 이름은 바로 기술적 실업이다. 이 병은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더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화폐경제론)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인간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단계까지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자동화(로봇)에 의한 일자리 박탈 문제는 지구촌의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미국의 시티그룹과 영국 옥스퍼드대의 옥스퍼드마틴스쿨(칼 베네딕트 프레이 박사와 마이클 오스본 조교수)이 공동으로 “로봇으로 대표되는 일자리의 자동화는 선진국보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에 더욱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에 따른 최고의 일자리 박탈 위험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다. 무려 전체 일자리의 85%가 자동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네팔,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과테말라도 최상위 위험군에 속했다. 모두 OECD 전체 평균 57%나 미국의 47%를 훨씬 웃도는 비율을 보였다. 개도국 가운데 자동화의 위험이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된 우즈베키스탄도 55%였다.
개도국의 ‘미성숙 탈산업화’ 유발하는 자동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박탈 문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지난 2013년 옥스퍼드마틴스쿨이 미국의 일자리 47%가 20년 이내에 자동화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후 본격화했다. 그동안 이뤄진 연구는 영국, 일본 등 주로 선진국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은행 자료를 토대로 연구 대상 지역을 전세계로 확대한 결과, 일반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동화의 충격이 개도국에서 훨씬 더 강력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마틴스쿨 교수는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과 자동화에 대한 취약성 사이에 강력한 음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어찌된 연유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개발도상국의 강점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농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앞으로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해감에 따라 개도국들은 이런 강점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개도국 일자리 중에 손쉽게 자동화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는 걸 뜻한다. 특히 자동화의 부상과 함께 3D 프린팅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제조기술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원가 경쟁력을 노리고 개도국에 진출했던 선진국 기업들이 앞으로 공장을 본국으로 유턴시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산업화 단계를 제대로 밟아보기도 전에 산업화 이후에 대처해야 하는 ‘미성숙 탈산업화’라는 고통을 많은 개도국에 안겨줄 것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중국은 77%, 인도는 69%의 일자리가 위험에
보고서에 따르면, 근대 자본주의 산업을 이끈 서구에서 제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서 절정을 맞았다. 그때가 서구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50~1980년이었다. 1인당 GDP(2005년 불변가격 기준)가 1만1천~2만1천달러인 시기였다. 반면 브라질, 인도 같은 나라들은 이미 1인당 GDP가 5000달러(브라질), 1000달러(인도)도 안되던 제조업 고용 비중 15% 시점에서 절정을 맞았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1만달러가 안되는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대부분에서는 제조업생산 비중이 지난 2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현재 이들 나라에서의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6%에 불과하다. 프레이 박사는 “자동화는 소비 수요가 작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나라들에서 잠재적으로 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집약 생산에서 자본집약 생산으로의 이동은 아직도 소농이 중심인 신흥국들에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소농국가에서는 농업 자체가 자동화에 취약하다. 또 농업 노동자가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반드시 생활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선 이미 로봇투자 회수기간이 2년 이내로 단축됐다. 보고서는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인도의 69%, 중국의 77% 일자리가 자동화의 고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한다.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혜택 폭은 좁아지고
앞서 지난해 2월에 낸 보고서에서 두 팀은 현재의 기술 변화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과거와 달라진 점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첫째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졌으며, 둘째는 기술 변화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셋째는 과거와 달리 기술변화의 혜택이 널리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중략>
신기술의 일자리 창출 규모, 갈수록 떨어져
보고서는 한 나라 안에서도 자동화의 영향은 모두 똑같지 않다고 지적한다.
<중략>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교육부문 투자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일자리 충격에 정책 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티 그룹이 투자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미래세대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자동화의 부정적 영향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노동시장 정책으로는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함께 근로장려세제(EITC=저소득층 가구에 가구원수와 급여 등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나 조세부담 완화, 자영업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꼽았다.
캐슬린 보일(Kathleen Boyle) <시티 지피에스>(Citi GPS) 편집장은 “노동자에 대한 자동화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얼마나 강력한지 인식하고 교육 문제를 다룰 정책 아젠다 세팅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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