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이발소 코딩
조선일보 2016.02.18(목)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모두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코딩(coding)의 중요성이다. 코딩은 무엇인가? 컴퓨터의 본질은 튜링 기계라는 수학적 모델이다. 기계 상태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알고리즘만 있다면 이론적으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같은 기계를 가지고 미적분도 풀고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줄 수도 있다. 여기서 자바, 파이톤 같은 언어를 통해 기계가 원하는 알고리즘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바로 코딩이다.
그렇다면 왜 코딩을 배워야 할까? 글을 못 읽어도 상관없었던 중세기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 문맹은 허락되지 않는다. 정보통신 기술(ICT) 기반 사회에서 역시 코딩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누구나 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도둑질과 나라 팔아먹는 기술 빼고 모든 공부는 당연히 환영이다. 하지만 영어를 쓰고 읽는다 해서 모두가 셰익스피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코딩도 비슷하다. 국민 모두 기본 코딩 능력을 갖춘다고 대한민국이 ICT 강국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코딩은 사실 언어이자 예술이다. 천재적 시인과 작가 없이 문학과 예술이 불가능하듯, 미래 ICT 세상을 위한 코딩의 천재 역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더라도 실리콘밸리 제품은 대부분 국내에서 개발된 것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다. 코딩의 천재들 덕분이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대학생 시절 리눅스(Linux) 운영체제를 개발했고, 열아홉 살의 블레이크 로스는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의 코드 수백만 줄을 거의 혼자 완성했다. 대한민국의 열아홉 살짜리들이 수능에 시달리고, 대학생들이 대기업 입사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때 말이다. 미켈란젤로나 렘브란트 같은 천재의 작품을 유치하게 모방한 그림을 '이발소 그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국민 모두 코딩을 한다 해도, 천재적 코더들을 키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발소 코딩'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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