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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FA와 BATX 그리고 NATU...'디지털경제' 글로벌 각축전, 한국의 선택은

배세태 2016. 1. 14. 17:31

'디지털경제' 글로벌 각축전, 한국의 선택은

주간경향 2016.01.13(수) 정용인 기자

http://m.media.daum.net/m/media/digital/newsview/20160113103249755

 

미국의 산업세력 교체 중심에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통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9월 19일 오후, 기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을 하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구세군 빌딩에 있었다. “SF 작가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대선후보도, SF 작가의 말이 대선과정에서 인용된 것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미 와 있는 미래’의 얼굴

 

그런데 윌리엄 깁슨은 자신이 언제 이 말을 처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위 경구는 그의 작품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쿼터 인베스티게이터’라는 온라인매체에 따르면 윌리엄 깁슨이 처음 이와 비슷한 버전의 발언을 한 것은 1990년에 제작된 <사이버펑크>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의 영어 원문은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이다. 사실 안 당시 후보가 언급한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은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단지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을 뿐” 정도가 더 정확하다. ‘이미 와 있는 미래’란 무엇인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변화 또는 희망, 진보와 통하는 걸까. 윌리엄 깁슨은 앞서 다큐멘터리에서 ‘이미 발생된 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 생각에는 이미 세계 인구의 일부분은 진짜로 ‘포스트휴먼’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비벌리 힐스에 있는 백만장자의 건강조건과 방글라데시의 거리에서 굶주리는 사람의 조건을 비교해보세요.” 그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사람이 여전히 농사를 짓는 지구의 사람이라면, 비벌리 힐스의 남자는 뭔가 다른 존재(포스트휴먼)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깁슨이 생각하는 미래란 오히려 기술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는 기존 검색과 앱, 스토리지 등의 영역을 넘어 통신 및 IT, 의료·건강, 상거래, 에너지·시설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 강정수 디지털연구소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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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혁명’ 다음의 큰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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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1년 기사에서 거론한 TGIF에서 하나가 빠지고 하나가 들어왔다. 빠진 것은 트위터이고 들어온 것은 아마존이다. 강 소장은 특히 아마존의 혁신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는 아마존의 사업은 책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나 킨들이다. 하지만 또 하나 아마존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은 스토리지, 클라우드 산업이다.

 

한국시가총액 넘어선 GAFA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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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BATX 움직임 주목해야

 

결국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GAFA와 BATX가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동안 한국은 왜 ‘위기’에 빠지게 되었을까. “흔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처지라며 샌드위치론을 거론하는데, 나는 넛크래커, 그러니까 호두 까는 기계 사이에 놓인 신세라고 비유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한국 1·2위 재벌기업의 경영전략과 실태를 분석한 책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삼성의 몰락>을 펴낸 심정택씨의 말이다. 그는 넛크래커에 비유해 한국 처지를 말한다면 ‘이미 깨져버려 부서진 호두 조각의 상태’라고 덧붙여 말했다. 풀이하자면 추격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당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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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진행하며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IT산업’의 위기는 IT나 경제전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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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결론 난 ‘창조경제’

 

5년 전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한국 IT산업의 몰락>이라는 책을 펴내 한국 IT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중요한 것은 ‘분위기’인 것 같다. 한국에서 IT붐이 처음 일었을 때는 IMF 외환위기 때였다. 그때도 상황이 좋을 때는 아니었다. 내 지론은 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막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구조적 사회 분위기 자체가 뭘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 분위기가 중국으로 넘어간 지 이미 오래다. 벤처를 만들기보다 삼성이나 공무원 취직을 원하고, 인터넷도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정말 답은 없는 것일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는 한국 기업들도 여럿 부스를 개설했다. 김도훈 대표에게 다시 물어봤다. “막상 현지에서 보면 외견상 한국의 대기업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홍보도 적극적이다. 중국이 부상한다고 하지만 몇몇 주목받는 기술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생산품의 완성도나 서비스, 디자인은 조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뭔가 해보겠다’는 열정이 느껴지는데, 한국은 그런 활력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강정수 소장은 디지털 혁명, 혁신의 역사에서 한 가지 배울 점은 기존에 가진 것으로부터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1970~80년대부터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화 세력이 지금도 그대로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교체를 이뤄냈다. GAFA가 중심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BATX를 통해 인터넷경제로 한꺼번에 이행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박정희 정권이 인권을 탄압하고 독재를 했지만 적어도 하나 잘한 것이 있다면 카이스트나 KDI 같은 기관을 설립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은 전길남 박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에 있는 그를 데리고 오면서 집이나 직장뿐 아니라 자가용과 운전사 지급 등 최상의 대우를 해줬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경제 대전에서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쟁탈전도 있지만 또 하나의 핵심은 인재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가 되면서 전 세계로부터 인력과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강 소장은 정치·사회적 리더십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총선을 지나 누가 대선 후보로 나오든 나는 이런 비전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에 포획된 공무원과 4~5년마다 바뀌어 대증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적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강 소장의 진단은 <주간경향>이 접촉한 다른 IT 전문가들의 의견과 거의 유사했다. 외부의 환경, 한국 사회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절망의 터널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난 5년간 심화된 인식이다.

 

디지털경제 2진 NATU의 대두

 

“이제 우리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1월 6일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말이다. 넷플릭스는 이날 기존 60개국에 더해 13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원 언어도 21개국으로 늘어났다. 한국도 포함되었다. 1월 7일 한국어로 선보인 서비스는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친 뒤 한 달간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당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케이블·IPTV 측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콘텐츠 공룡’이라는 별명과 달리 상대적으로 빈약(약 7000건)해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NATU는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테슬라, 우버를 일컫는다. 강정수 소장은 디지털경제 혁명의 ‘제2진’으로 묘사했다. GAFA에 이어 역시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인터넷기업으로 기존 전통 경제영역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NATU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이 온디멘드, 즉 소비자 내지 수요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업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중복되는 전통영역의 기존 사업자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숙박시설 부족이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우버는 기존의 택시협동조합 노사의 반대에 부딪혀 불법화되고 있다.

 

GAFA와 마찬가지로 NATU 역시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 기술이 핵심 테크놀로지인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2006년부터 ‘시네매치’라는 사용자 추천 시스템을 발달시켜 왔다. 7000여편의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7000만명의 고객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던 ‘비밀’이다. 게다가 이제는 직접 콘텐츠 제작에까지 나서고 있다. 강 소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빅데이터 시대라고 하지만 빅알고리즘을 누가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내세울 만한 알고리즘이 과연 있는가. 없다. 쇼핑몰을 보면 콘텐츠 가격을 후려치고 배송 인건비를 깎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들은 테크놀로지가 경쟁력이라는 것이 차이다.” 곱씹어봐야 하는 지적이다.